<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 선정작> 희곡부문_ 극작 홍예성
<제 6 화>
영란이 수영을 데리고 이 층으로 올라간다. 잠시 후 진순이 진정한 듯한 수찬을 놓아준다. 진순은 한숨을 크게 쉬고 답답한지 밖으로 나간다. 수찬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따라 들어가는 지연. 홀로 남아 있는 보성. 모두가 그 자리를 떠나자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털썩 앉는다. 보성의 내면 속에서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괴로워하는 보성.
목소리1 사…… 살려줘.
목소리2 어서 쏘십시오. 어서. 쏘지 않으면 당신이 죽게 됩니다.
소음기가 달린 권총의 발사음과 동시에 총에 맞은 이의 신음. 괴로워하는 보성의 모습.
목소리2 당신들이 죽인 겁니다. 살인을 도모한 거라구요. 이 모습은 모두 촬영되었습니다. 다들 봤지요?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이곳은 천국 같은 곳입니다. 규칙만 잘지켜주신다면 여러
분은 계속 이곳에서 안락하고 평화롭게 생활하실 수 있습니다.
두 귀를 감싸 쥐고 웅크리며 극도로 괴로워하는 보성. 암전.
어둠 속에서 휠체어가 지나가는 바퀴 소리와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온다. 소리가 사라질 때쯤 다시 작은 불빛이 보인다. 불빛을 들고 이곳, 저곳을 살피던 누군가가 휙 지나간다. 암전.
다음날. 거실. 영란이 피아노 앞에 앉아 마치 피아니스트인 양 신나게 피아노를 치는 시늉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웃고 있는 지연. 그러나 소리 내어 깔깔대고 웃지는 못한다. 보성은 관심 없는 듯 책을 읽고 있다.
지 연 (작은 소리로 웃으며) 아이고 배야. 그만, 그만. 너무 웃겨서 못 참겠어.
영 란 제 연주 어땠어요, 여러분?
지 연 하하하! 진짜 너무 재밌어.
이때 방에서 나오는 수영. 수영에게 달려가는 영란.
영 란 오빠. 괜찮아?
수 영 (영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럼.
영 란 (수영을 끌어안으며) 내가 얼마나 걱정했다고. 나 진심으로 깨달았어. 이제 난 오빠 없인 안 될
것 같아.
보 성 놀고들 있네.
영 란 그쪽은 남 일에 신경 끄시구요.
수영이 영란이 낀 팔을 뺀다.
수 영 (슬쩍 자리를 피하려 하며) 고마워. 내가 영란이 덕에 산다.
영 란 뭐야?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수영이 곤란한 표정으로 주방 쪽을 향해 퇴장한다.
보 성 눈치도 없냐? 싫다는 거잖아.
영 란 뭐? 말도 안 돼. 오빠도 나 좋아한다고.
보 성 공주병이냐? 도끼병이야?
영 란 신경 끄라고 했다!
이때, 방에서 나오는 수찬. 수찬을 보자 보성은 책 한 권을 들고 말없이 방
으로 들어간다. 수찬은 보성이 가져가는 책을 물끄러미 보다가 말없이 밖으
로 나가는 수찬. 지연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수찬이 나간 쪽을 본다.
영 란 저 아저씨 싫어. 하마터면 우리 오빠 큰일 날뻔했잖아.
지 연 수찬 씨도 너무 놀라서 그랬을 거야.
영 란 그런데 언니랑 아저씨는 그 식사메이트인지 뭔지 정말 그것뿐이에요? 정말 그 이상도 아닌 only
식사메이트일 뿐이냐고요.
지 연 응, 그렇대도.
성한이 쇼핑백을 들고 등장.
성 한 다들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시죠? (쇼핑백을 지연에게 건네며) 아, 이건 유지연 씨를 위해 특별
히 준비한 선물입니다. 여러 가지 필요한 물품들이 있을 것 같아서 준비했습니다. 더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
지 연 감사합니다.
영란이 쇼핑백을 낚아채 내용물을 꺼내본다. 명품 옷을 자기 몸에 대 보며,
영 란 와! 이거 진짜 끝내준다!
이때, 수영이 차를 가지고 등장한다. 성한의 눈빛에 따라 차를 테이블에 셋팅한다.
성 한 허브티입니다. 향과 맛이 꽤 괜찮을 테니 드셔보시죠.
영 란 그런데 왜 맨 날 차만 줘요? 시원한 생맥주 한잔 마시고 싶은데.
성 한 음주와 흡연은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대신 최고급 차는 늘 준비되어 있으니 마음껏 즐기십시
오.
성한이 퇴장하면 성한이 나간 쪽을 쳐다보던 세 사람.
영 란 장수하겠네, 장수하겠어. 술, 담배도 못 하게 하고 맨날 몸에 좋은 것만 실컷 먹여주니.
수 영 그래도 가끔 식사 시간에 와인은 주잖아. 그것도 최고급으로.
영 란 최고급인지 뭔지 내가 알 게 뭐야. 아니 그리고 무슨 규칙이 계속 늘어나는 것 같아. 조용히만 하
면 뭐든 다해줄 것처럼 그러더니 은근히‘이것도 하지 마라, 저것도 안 된다.’
갑자기 밖에서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수 영 비가 오네! 진짜 오랜만에 온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