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자유 1_다섯 번째 이야기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 선정작> 희곡부문_ 극작 홍예성

by 홍예성

<제 5 화>


영 란 (배를 문지르며) 아, 배야.

보 성 야, 먹고 운동이라도 좀 해. 먹고 움직이지를 않으니까 그런 거 아냐.

영 란 저놈의 잔소리. 귀찮아 죽겠어. 나, 운동 싫어해.

보 성 그럼 똥 타령이나 좀 하지 말던가.

수 영 그만들 해. 영란이는 얼마나 답답하겠어. 일주일이 넘었다는데. 배 따뜻하게 하고 있어. 요거트

만들어올게. (나간다.)

보 성 움직여야 나온다니까. 어느 정도 물리적인 힘이 가해져야 장이 움직이고, 그래야 노폐물이 밀려

나오지.

영 란 신경 끄시지.


배를 문지르던 영란이 답답한 마음에 일어나서 어설픈 동작으로 움직여 본다. 수영이 주방으로부터 등장하자 갑자기 섹시함을 어필하는 동작으로 바뀐다. 보성이 가잖다는 듯 쳐다본다. 수찬은 이들의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지켜보고 있다.


영 란 잠깐만. 조금씩 느낌이 오는데.

보 성 진작에 움직이라니까.

영 란 지금이야. 드디어 신호가 온다.


영란이 화장실로 달려간다.


수 찬 다들 뭐 하는 짓들인지. 머리에 똥밖에 안 들은 인간들처럼.

보 성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다 같은 처지끼리.

수 찬 같은 처지? 어떻게 댁들이랑 내가 같은 처지야? 댁들은 이미 이곳 생활에 물들었어. 나갈 생각도

안 하고 있잖아!


수찬의 언성이 높아지자 다시 등장하는 성한.


성 한 무슨 일이시죠?

수 영 (수찬을 막아서며) 별일 아녜요.

수 찬 그래? (수영을 끌고 와 목을 잡고 위협하며) 과연 그럴까? 이래도 별일이 아니야? 다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끌려와서 갇혀있으면서도 자기 집인 양 이런 꼴로 있는 게 별일이 아니야? 내가 보 기엔 당신들 다 제정신이 아니야! 다들 미쳤다구!

보 성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이때, 등장하는 영란. 벌어진 상황에 놀라며


영 란 (수영을 보고) 오빠!


수찬이 주머니에서 포크를 꺼내 수영의 목에 가져다 대며 성한을 향해 위협한다. 영란과 지연은 몹시 놀라 공포에 떨고, 진순은 별 놀란 기색 없이 그 광경을 보고 있다. 보성은 진순과 성한의 눈치를 보고 있다.


수 찬 어서 말해! 여기가 어디야? 왜 납치한 거지?

성 한 당황스러우시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진정하시고……

수 찬 닥쳐!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당신 같으면 진정하겠냐고! 어서 말해!

성 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수찬이 점점 이성을 잃고 흥분한다.


수 찬 곤란해? 내가 지금 곤란한 상황이야! 그러니까 당장 내보내줘! 당장!

성 한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로) 제발, 쉿. 조용히……

수 찬 이 와중에도 조용히 하라고? 하! 미친 새끼! 마지막 경고야. 지금 당장 내보내 주지 않으면 무슨

짓 할지 몰라!

지 연 수찬 씨, 이러지 말아요.

수 찬 다들 나가고 싶지 않아? 저 사람한테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지 않냐고!

지 연 수찬 씨...... 그래도 이런 방법은.......

수 찬 그럼 다른 방법이라도 있어? 그냥 이렇게 있을 거야?

지 연 우리끼리 이러면 안 돼요. 수영 씨도 우리랑 같은 처지라구요.

수 찬 여기서 누구 하나 죽어봐야 말할 거야? 어서 말해. 여기가 어디야!


성한이 당황하여 허공으로 이곳, 저곳 시선을 돌린다.


수 찬 그래, 어떻게 되나 한번 보자고!


수찬이 포크를 높이 들어 보성의 목덜미를 찌르려고 할 때, 그때 진순이 다가와 수찬의 뒤통수를 가격하고 순식간에 수찬의 팔을 붙잡는다. 성한이 식은땀을 닦으며,


성 한 앞으로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여기는 천국 같은 곳입니다. 여러분이 주인이시고요. 그러나

정해진 규율을 지키지 않는다면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성한이 말없이 퇴장한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수영, 수영에게 달려가는 영란.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는 보성과 지연.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진순의 손에 제압당한 채 씩씩거리는 수찬.


수 찬 이거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진 순 조용히 하지. 이래 봐야 소용없어. 소란 피워봤자 여기 있는 사람 모두 힘들어지기만 할 뿐이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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