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희곡부문_ 극작 홍예성
<제 7 화>
이때, 현관문이 열리며 비에 젖은 진순이 옷을 털며 들어온다.
지 연 어디 다녀오세요?
진순이 슬쩍 지연을 쳐다보고는 대꾸하지 않고 지나쳐 방을 향해 간다.
지 연 (창밖을 내다보며) 이런 날은 뜨끈한 방바닥에 배 깔고 드러누워서 김치부침개 먹으며 만화책
보기에 딱인데.
수 영 내가 만들어 줄게요. 작년에 제가 직접 담근 김장김치로!
영 란 오! 맛있겠다. 난 만화책 찾아와야지!
수영과 영란이 주방 쪽으로 퇴장. 두 사람을 바라보던 지연이 어느 한 곳을 주시하다 주방으로 같이 들어간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음향효과와 조명의 변화와 함께 며칠 후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보성이 책을 보고 있다. 수찬이 방에서 나와 책장으로 간다. 수찬이 나오자 보성이 방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수 찬 책을 좋아하나 봐. 늘 책을 보는 것 같던데.
보 성 여기선 별로 제가 할 게 없으니까요. 다행히 책은 원 없이 볼 수 있죠.
보성이 지나친다.
수 찬 여기 들어 온 지 꽤 된 것으로 아는데. 여기 생활에 만족해?
보 성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수 찬 왜 아무도 나갈 생각을 안 하는 거지?
보성이 놀라 수찬의 말에 주변을 살피다 수찬을 본다.
수 찬 나갈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건가?
보성이 천천히 수찬에게 다가온다.
보 성 (작은 소리로) 나갈 수 있었다면 나갔겠죠.
수 찬 노력은 해봤다는 건가?
수찬이 책장에서 책을 한 권 꺼낸다.
보 성 기분은 이해하지만, 조용히 지내는 게 좋을 겁니다.
보성이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수 찬 그쪽이 주로 어떤 책을 읽는지 봤어. 혹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 책을 한번 읽
어 봐.
수찬이 보성에게 책을 건네면 보성이 수찬이 들고 있는 책을 얼떨결에 받아든다. 수찬이 주변을 살피며 퇴장한다. 수찬이 퇴장하면 보성이 책을 펼쳐 읽는다. 접어놓은 페이지를 들여다보는 보성. 이때 반듯하게 갠 빨래와 수건 등을 들고 거실로 들어오는 성한. 성한이 들어오자 자신도 모르게 책을 숨기는 보성. 성한이 지나가자 다시 책을 펼친다. 수영이 거실로 들어오며,
수 영 뭐 하고 있어? 안 자?
보 성 (책을 덮으며) 시간이 몇 신데 벌써 자?
수 영 (조심스럽게) 수찬 형님이랑 얘기를 좀 해봐야 되지 않을까?
보 성 ……
수 영 이대로는 너무 위험하잖아. 또 지난번처럼……
수영의 말을 회피하듯 보성이 방으로 가려고 하면,
수 영 왜?
보 성 피곤해서.
보성이 방으로 가기 위해 퇴장하면 수영이 일어나 보성이 간 쪽을 쳐다본다. 이때 빨래를 두고 온 성한이 등장한다. 성한이 등장하면 수영이 목례를 하고 퇴장한다. 수영이 퇴장한 후 성한은 조심스레 주변을 살피며 어느 한 곳을 응시하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성 한 방마다 차를 가져다 놓았으니 아마 곧 잠들 것입니다. 오늘 밤도 걱정 마시고 편히 쉬십시
오.
성한이 고개 숙여 인사하면 암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