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자유 1_네 번째 이야기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 선정작> 희곡부문_ 극작 홍예성

by 홍예성

<제 4 화>


그때 집을 둘러보던 지연이 눈치를 보다가 피아노를 보고 다가간다.


지 연 비싼 피아노 같은데. 저, 이거 좀 쳐 봐도 되나요?

성 한 치는 것은 자유지만 연주는 하실 수 없습니다.

지 연 그게 무슨 소리……?

영 란 소리가 안 나요.

지 연 네?

수 찬 그런데 이 집 주인은 대체 누구요? 뭐 사람수집이라도 하나?


수찬의 발언에 모두가 놀라 성한의 눈치를 본다. 잠시 사이,


성 한 (지연과 수찬에게) 어제 둘러보셨겠지만, 이 집에는 여러분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이 준비되어

있으니 마음껏 누리셔도 됩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요청해 주시구요. 집 밖에도 산책로

와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완비되어있으니 얼마든지 마음껏 사용하셔도 됩니다.

영 란 여긴 다 좋은데 맨날 우리끼리만 놀아서 재미없어요!

성 한 아 그러셨어요? 요청하시면 해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정숙해주시기를.

수 찬 여봐요! 왜 자꾸 조용히 하라는 거요? 우리한테 원하는 게 뭡니까?


성한이 나가려다가 돌아서며,


성 한 이미 말씀드렸지만, 다시 한번 상기시켜드리기 위해 말씀드리죠. 이곳에서의 안락한 생활을 위

해서 여러분께서 지켜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실내에서 절대 정숙하시는 것이 첫 번째 규율입니

다. 별로 어렵지 않지요?

수 찬 뭐요? 규칙? 그걸 왜 우리가 지켜야 하냐고?

성 한 잘 지켜주신다면 천국과 같은 생활을 누리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다들 편하고 자유롭게 지내

십시오.

수 찬 천국 좋아하시네. 사람을 이유도 없이 납치해놓고 천국이라고?


성한이 못 들은 척 나가버린다. 수찬이 답답해하며 자리에 앉는다. 순간 긴장하던 수영과 보성도 성한이 나가자 긴장을 푼다.


지 연 (조심스럽게) 다들 여기 온 지 얼마나 됐어요?

영 란 난 한 두세 달 정도 됐나? 여기 있으니까 날짜를 모르겠어. 암튼 그 정도 된 거 같아요. (수영을

가리키며) 우리 오빤 나보다 먼저 있었구요.

수 찬 대체 왜 자꾸 조용히 하라는 거야?


보성, 수영이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영 란 그건 몰라요. 아무튼 뭐, 그것만 지키면 된다니까 지키는 거죠.

지 연 왜 나갈 생각들을 안 하는 거예요? 이건 범죄라고요. 우리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영 란 신고요? 할 수 있으면 해봐요. 할 방법이 있나.


영란이 무언가가 떠오른 듯 보성을 툭툭 치며 사인을 보내면 보성이 책장의 책을 꺼내 마지못해 읽는다.


보 성 범죄란 사전적 의미로 법규를 어기고 저지른 잘못을 의미한다. 그리고 피해자란 사전적 의미로

자신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 명예 따위에 침해 또는 위협을 받은 사람을 의미한다.

영 란 따라서 저들이 우리에게 범법 행위를 취한 것은 맞지만 피해자인 우리는 이곳에서 생명이나 신

체, 재산, 명예따위에 위협을 받고 있지 않으니 어찌 보면 우리는 피해자는 아닐 수 있다는 결론

이 나오죠.


영란이 굉장히 뿌듯해한다. 그리고 보성을 의기양양해하면 보성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책을 책장에 넣는다.

영 란 저도 처음엔 좀 두려웠지만 어찌 보면 차라리 여기 오게 된 게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요. 이런 대궐 같은 곳에서 아무 걱정없이 최고급 음식에, 최고급 옷에. 밖이었다면 이런 생활은

꿈도 못 꿨을 거예요. 밖에 나가봤자 개고생이지.

지 연 그래도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보고 싶지 않아?

영 란 (표정 어두워지며) 저 친구 없어요. 부모님은…… 있어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제가 죽었다고

해도 관심도 없을 거예요.

보 성 최고급이면 뭐해? 그런 거 우리 말고 보여줄 사람이나 있냐?

영 란 사이코패스야? 왜 저렇게 공감 능력이 없어?


생각에 잠겨있던 수찬이 조용히 일어나 초조한 듯 집 안 이곳저곳을 살핀다.


수 찬 다들 어젯밤 무슨 소리 못 들었어요?

지 연 무슨 소리요?

수 찬 여자 목소리.

영 란 난 못 들었는데. 일찍 잠들어서.

수 영 저도 못 들었어요.


보성이 책을 보는 척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때 안마기를 든 진순이 나와 거실 창문 밖을 바라보며 안마기로 어깨를 마사지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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