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자유 1_세 번째 이야기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 선정작> 희곡부문_극작 홍예성

by 홍예성

<제 3 화>


암전 중에 구토 소리가 들려온다. 조명이 들어오면 수찬의 방. 물 내리는 소리와 함께 입을 닦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수찬. 이때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오는 수영. 수영이 들어오자 매우 긴장한 수찬이 반사적으로 기겁하며 놀란다.


수 영 괜찮아요?

수 찬 ……

수 영 소리가 나서 들어왔어요. 어디 불편해요?

수 찬 괜찮습니다.

수 영 많이 안 좋으면 약을 좀 가지고 올까요?

수 찬 (예민하게) 괜찮다구요.

수 영 미안해요. 난 그저 걱정이 돼서. 그럼 주무세요.


수영이 나가려는데,


수 찬 (조심스럽게) 그쪽은 괜찮습니까?

수 영 뭐가요?

수 찬 그쪽도 납치된 거 맞죠? 들어 온 지 얼마나 됐습니까?

수 영 한 이삼 년쯤 됐나?

수 찬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있죠?

수 영 뭐 여기도 그리 나쁘진 않으니까요.

수 찬 뭐? 나쁘지 않다니. 여기 이렇게 갇혀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요?

수 영 무슨 일이요? 그럴 일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렇게 불안해하지 말고

여기 생활을 즐기도록 노력해보세요. 나름 지낼만할 거예요.

수 찬 즐기라고? 여기가 어딘지, 내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당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수 영 죽긴 누가 죽어요? 저도 이렇게 잘살고 있잖아요.

수 찬 (수영의 멱살을 잡으며) 당신도 한패지? 여기 사람들 다 한패 맞지?

수 영 (수찬을 뿌리치며) 왜 이래요? 이래봤자 소용없어요. 그냥 빨리 적응하는 수밖에.

수 찬 그럼 평생을 아무것도 해보지도 않고 여기 갇혀 지내야 한다는 말이야? 아니, 난 그러기 싫어!

수 영 (수찬을 진정시키려) 저, 형님……

수 찬 (언성이 높아지며) 당신이나 평생 여기서 살아! 난 여기서 나가고 말 테니까!

수 영 (놀라서 수찬의 입을 막고 주변을 둘러보며) 진정하세요, 제발.


수영, 주변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안심하며 수찬을 놓아준다.


수 영 쉬어요.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수영이 조용히 방을 나가면 초조해하는 수찬의 모습과 함께 암전.

모두가 불을 끄고 잠든 밤, 사방이 정적으로 고요해지면 어디선가 휠체어 바퀴 소리가 들려온다. 희미하게 들리다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휠체어 바퀴 소리. 그리고 잠시 후 희미한 불빛이 보인다. 휠체어 소리를 따라 함께 움직이듯 지나간다.

다음 날. 거실에 모여 있는 지연, 수찬, 보성.

보성은 책을 보고 있고 지연은 눈치를 보고 앉아 있다. 수찬은 한쪽 구석에 서서 눈에 띄지 않게 집 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 그리고 곧이어 성한이 쟁반에 물과 약을 가지고 등장. 영란이 불편한 기색으로 등장한다.

성 한 (영란에게 약을 건네며) 부탁하셨던 약입니다. 앞으로 식사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겠으니 약은 삼

가시는 것이……

영 란 (짜증내며) 아, 진짜!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싸야 시원한데.

보 성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며) 그 똥 타령 좀 그만할 수 없냐? 너 하나 때문에 언제까지 우리 모두 맨

날 풀만 먹어야 해?


보성이 크게 소리치자 성한과 영란이 놀란다. 성한은 주변의 어딘가를 아주 조심스럽게 살피고


영 란 뭐야? 갑자기 왜 큰 소리? 내가 하루 이틀 이랬어?


영란의 목소리가 커지자 수영이 방으로부터 나오며


수 영 무슨 일이에요?

성 한 다들 진정하시죠.


그때 집을 둘러보던 지연이 눈치를 보다가 피아노를 보고 다가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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