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자유 1_두 번째 이야기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 선정작> 희곡부문_극작 홍예성

by 홍예성

<제 2 화>


무대는 호화로운 저택의 거실. 한쪽 벽에 천장까지 빼곡히 책이 꽂혀있는 큰 책장이 있고, 한쪽에 고가의 커다란 소파가 있다. 그리고 한쪽에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다.

보성이 거대한 책장 앞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이때 지연과 수찬을 데리고 나오는 영란.


영 란 새 식구 왔어요.


보성이 무관심한 듯,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책을 고른다. 수찬과 지연이 두리번거리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다.


영 란 긴장돼요? 하긴, 나두 처음에 엄청 겁먹었었지.

지 연 (두려움에 몹시 흥분하며) 그럼 그쪽도 우리처럼 납치당한 거예요?


납치라는 말에 순간 보성의 표정에 긴장감이 흐르며 날카롭게 주변을 살핀다. 그리고 이때 주방 쪽에서 등장하는 수영. 깔끔한 모습에 방금 손을 씻었는지 손을 닦으며,


수 영 (지연과 수찬을 발견하고) 누구?

영 란 오늘 새로 오신 분들.

수 영 (지연과 수찬을 보고 악수를 청하며) 안녕하세요. 장수영이라고 합니다.

영 란 (수영에게 팔짱을 끼며 지연과 수찬에게) 우리 오빠 완전 잘 생겼죠? 셰프님이에요, 우리 오빠.

셰프라는 말에 수영이 잠시 당황하는 표정으로 수찬과 지연을 살핀다.


수 영 아, 아니에요. 셰프는 무슨. 그냥 요리하는 걸 좋아할 뿐.

보 성 (영란에게) 형이 왜 너네 오빠냐?

영 란 저 오빤 임보성이에요. 엄청 까칠해요. 재수 없어.

수 영 (주변 반응을 보고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하하하. 아무튼 새로 오셨다니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

다.

영 란 (수영과 보성을 가리키며) 여기서 같이 사는 사람들이에요.


이때 허름한 복장을 한 남자가 절뚝거리며 안으로 들어온다. 모자를 눌러 쓰고 온몸이 흙투성이다. 진순은 거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한번 보고 화장실로 바로 들어간다.


영 란 아, 한 사람 더 있었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당최 알 수 없…

보 성 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서 물이나 좀 가지고 와.

영 란 오빠가 갖다 먹어. 맨날 심부름만 시켜.


영란, 물을 가지러 주방으로 향한다.


수 영 (지연과 수찬에게) 며칠 있으면 적응될 거예요. 생각보다 여기 생활도 나쁘지 않거든요.


수영의 말에 보성이 못마땅한지 헛기침을 한다.


수 영 그런데 두 사람은 어쩌다 같이 들어왔어요? 혹시 부부? 아니면 연인?


순간 멈칫하며 수찬이 지연을 쳐다보면,


지 연 아뇨. 그런 사이 아니에요.


이때 물을 가지고 등장하는 영란. 보성에게 물을 건넨다. 잠시 사이. 욕실에서 나오는 진순. 지연과 수찬을 훑어본다.


성 한 (주방으로부터 거실로 나오며) 자, 다들 식사하실 시간입니다.

영 란 오늘 메뉴는 뭐예요?

성 한 영란 씨를 위해 장 활동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로 준비했으니 맛있게 드십시오. 오늘은 특별히 수

영 씨가 식사를 준비했답니다.

영 란 (엄지를 치켜세우며) 역시 우리 오빠. 이번엔 꼭 성공할 수 있을 거야.

보 성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참에 관장도 좀 해달라고 그러지 그러냐?

진 순 (화내며) 거참! 밥 먹을 시간에! 더러워서!

영 란 뭐가 어때서 그래요? 아저씨가 변비 환자의 고통을 알아요?

수 영 (만류하며) 왜들 이래요? 새 식구들도 들어왔는데.

성 한 어서 식사하러 가시죠. 오늘 새로 오신 유지연 씨와 박수찬씨는 식사 후 제가 방으로 안내

를……

영 란 저 이 언니랑 방같이 쓰면 안 돼요? 그동안 나 혼자만 여자라서 조금 심심했었는데.

성 한 두 분의 방은 편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1인실로 준비해 놓았습니다. 자, 그럼 모두 식사하러 가

시죠.


성한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퇴장하면 성한이 거실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한 곳으로 시선이 고정된다. 그곳을 향해 무언가 암호와 같은 몸짓을 하고 조심스럽게 퇴장한다. 어둠 속에 음악이 흐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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