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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eong Jun 09. 2022

들풀처럼

뚝심 있게 살아라

무심코 지나던 길에


 대지(垈地)에 건축물이 없는 곳을 '나대지(裸垈地)'라고 한단다. 내가 지나던 곳이 바로 '나대지(裸垈地)'이다. 새로 들어서는 건축물들 사이로 버려진 것처럼 놀고 있는 나대지에 온갖 들풀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들풀'이란 이름도 들에서 자라니까 붙여진 것이지 실제로는 저마다의 이름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종류가 하도 많아 네이버에서도 답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름을 모르니까 나도 그저 싸잡아서 '들풀'이라고 불러본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땅에서 제멋대로 얽혀 사는 들풀들이 보기 좋다.

 바람이 불어도 도망치거나 숨지 않는 들풀들이 용감해 보이기 때문이다.  

 짓밟혀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한들한들 춤을 추는 들풀들이 뚝심 있어 좋다.

 폭풍우도 잘 이겨내고 집 없다고 걱정하지 않는 들풀들이 부럽기 때문이다.

 흉년이 들어도 먹을 것 걱정하지 않는 들풀들이 오늘따라 엄청 좋다.

 어떤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사는 들풀의 모습이 듬직하기 때문이다.



 들풀들에게


 너희들은 해와 구름이 주는 만큼만 먹고 자라는구나!

 주는 만큼만 받고도 불평하지 않는구나!

 경쟁 없는 들판에서 살아가니 얼마나 평안하냐?

 들풀들, 너희는 스스로 소유한 것 하나 없지만

 서로 다른 종류들이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며

 서로를 간섭하지도 않고 혐오하지도 않으니

 자유롭고 평화로운 모습이

 참 보기 좋구나!



 

들풀처럼 살 순 없을까

들판을 보고 있노라니 들에 사는 풀들이 부러워진다.

저들은 누구에게 보호받지 못해도 제멋대로 꽃을 피우고

갖가지 다른 종류들과 엉키어서

자기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자신만만해 보인다.


 우리네 인간들의 삶이 저 들꽃보다 더 낫다 할 수 있을까?

발전하고 진화한 인간사회가 낳은 격차는 인간의 불행을 자초한다.

우리의 생활은 편리해졌고 풍요를 누리지만 우리는 늘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

누가, 무엇이(?) 우리에게 "상대적 박탈"이란 비극적인 감정을 들춰내게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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