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에 사계(봄)
아직 아침 공기는 겨울의 잔향을 품고 있었지만, 햇살 속에는 분명 다른 온기가 깃들어 있었다.
얼어붙었던 강물은 조심스레 물결을 만들었고, 나무 끝에는 보일 듯 말 듯한 연두빛이 피어오른다.
긴 겨울의 숨이 서서히 가라앉고, 봄의 첫 호흠이 천천히 번져간다.
거리로 나서자 개나리가 노란 불빛처럼 길가를 물들이고, 벚꽃은 마치 하얀 구름이 땅으로 내려온 듯 흩어진다.
바람이 불면 꽃잎이 소복이 내려앉아, 한 걸음마다 눈부신 색채 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봄은 눈보다 코가 먼저 알아차리는 걸까.
어딘가를 나서면 만개한 꽃향기, 겨우내 얼어있다 갓 녹은 흙냄새, 제철나물의 새콤함이 바람에 떠다닌다.
봄비가 내린 다음날이면 공기 속에 부드러운 풀내음이 짙어져,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계절이 온몸으로 스며든다.
봄의 맛은 그 어떤 계절보다 소박하다.
바구니에 채워진 딸기, 파릇한 두릅, 달래무침의 쌉쌀한 향.
하나 맛보게 되면 그간 얼어있어 잊고있던 생명력이 되살아나는 맛, 입안에서 피어오르는 향은 봄이 준비한 작은 축제 같다.
사람들로 붐비는 봄꽃축제 대신, 나는 동네 뒷길의 배수지공원 으로 향한다.
나무 아래 서서 고개를 들어 올리니, 바람결에 벚꽃비가 흩날렸다.
꽃잎이 머리와 어깨 위로 조용히 내려앉고, 그 순간이 그대로 뭄춘 듯 느껴진다.
시끄러운 말 한마디 없어도 봄은 충분히 깊고, 차분하다.
모두가 기다린 생명을 안고 온 봄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잠깐이 지나면 어느새 햇살은 뜨거워지고, 나뭇잎은 연두에서 짙은 초록으로 변해간다.
그 짧음이 아쉽지만, 나는 안다.
짧아서 더 소중한 계절이 봄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한 장면, 한컷을 카메라에 고이 접어 둔다.
언젠가 꺼내보았을 때, 이 계절의 빛과 향, 바람이 다시 나를 찾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