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카메라로 세상을 담다

내안에 사계(봄)

by 염상규

벚꽃이 만개한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보니 어느새 새봄이 훌쩍 다가와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들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며 내 앞을 가득 메웠다.


햇빛은 나뭇가지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어 꽃잎 하나하나를 반짝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 순간이 너무나도 찬란해서, 가만히 지나치기엔 아쉬움이 컸다.


차에 가서 DSLR을 꺼내든다.


초점을 맞추고, 빛의 각도를 계산하고, 꽃잎들이 가장 아름답게 떨어지는 타이밍을 기다렸다.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온갖 심혈을 기울여 여러장을 찍고 나서 화면을 확인한다.


분명 구도도 좋고 색감도 괜찮았지만, 사진 속 풍경은 내 눈앞에 펼쳐있는 순간보다 덜 살아있었고 꽃잎이 뿌려지는 속도, 바람의 이야기들, 그리고 그 공기를 스치는 향기까지...

사진은 그 모든 것을 품어내지 못했다.


나는 깨달았다.


카메라는 장면을 ‘기록’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온전한 순간까지 붙잡아둘 수는 없다는 것을.


사진속에는 속삭임이 없었고, 온도도 없었고, 그윽함도 없었다.


무엇보다 그 장면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설렘과 경외감은, 렌즈가 아닌 나의 오감속에만 존재했다.


카메라를 다시 가방에 넣는다.


대신 두눈을 뜨고, 손끝으로 느끼며, 온 마음을 열어 그 풍경을 담는다.


주변을 스쳐가는 아이들의 미소, 발끝에 닿는 그림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는 봄 햇살의 따스함까지.


이 순간은 사진이 아니라, 나만의 기억 속에서 더 오랫동안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 사진은 사진으로만 남는다.


하지만 마음으로 본 장면은, 그때의 공기와 온기, 그리고 미묘한 감정까지 함께 간직된다.


그날의 벚꽃은 사진 속의 평범한 한 장일지 몰라도, 내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찬란하게, 바람 속에서 천천히 흩날리고 있다.


그러면서 깨닿는다.


어떤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보다, 그 자리에 온전히 서서 눈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봄날의 벚꽃처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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