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휴식의 필요성

내안에 사계(여름)

by 염상규

여름은 언제나 빠르게 달리는 계절처럼 느껴진다.
햇빛은 강하고, 풀과 나무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며, 뜨거운 온도는 아침저녁으로 쉼없이 이어진다.
이 덥고 분주한 계절 속에서 우리는 일터에서도 마치 경주를 하듯 앞만 보고 달린다.
목표를 향해, 마감일을 향해, 누군가의 기대를 향해...
그러나 그렇게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숨이 턱 막히고,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진다.
때론 박탈감과 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결과물로 인한 무기력함.
그때 필요한건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아주 소박한 ‘멈춤’이다.
휴식은 결코 사치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삶을 지탱하는 필수 요소다.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잠시 속도를 늦추는 순간이야말로 다음 발걸음을 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그 쉼은 멀리 있는 유명한 여행지가 아니어도 충분하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평온을 만날 수 있다.
나는 가끔 가까운 근교의 산과 들로 향한다.
길 옆에 펼쳐진 초록빛 논과 밭, 그 위로 부드럽게 흐르는 여름바람이 마음속 먼지를 털어낸다.
차를 세워 잠시 걷다 보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따뜻하게 어깨를 감싸고,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조용히 마음을 두드린다.
이 모든 풍경이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한 폭의 그림 같다.
그곳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은, 세상의 소음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한 평화로움을 준다.
찻잔의 온기는 손끝을 데우고, 그 온기가 서서히 가슴속까지 번진다.
그 순간에는 해야 할 일, 해결하지 못한 문제,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같은 것들이 잠시나마 희미해진다.
오로지 지금 이곳에서 느끼는 온기와 초록빛만이 마음을 채운다.
쉼은 나태함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다시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연료를 채우는 과정이다.
여름날의 짧은 멈춤은 뜨거운 계절을 견딜 수 있는 시원한 그늘이 되어 주고, 다시 달릴수 있는 이유를 찾아준다.
올여름, 나는 멀리 가지 않아도 좋다.
가까운 곳에서 초록빛을 보고, 새소리를 듣고, 차 한잔을 마시는 그 순간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마음을 고요히 하는 그 시간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만남이 끝난 후, 나는 다시 웃으며 앞으로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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