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에 사계(여름)
카페 창가에 앉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시원한 커피가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혀가 먼저 “앗 여름이네?”하고 속삭였다.
그런데 컵을 보니, 유리벽에 촘촘히 맺힌 물방울들이 서로 밀치고, 합쳐지고, 아래로 후두둑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꼭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 하다 넘어져도 웃는 아이들 같았다.
물방울을 바라보니 여러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혹시, 이 물방울들은 여름방학을 앞둔 아이들이 아닐까?
시원한 유리컵은 교실이고, 조잘조잘 떠들다가 수업이 끝나 문이 열리자마자 뛰쳐나가는 아이들처럼 하나 둘 합쳐져 밑으로 굴러 뛰어 내려가며 “우와 방학이다~!” 하고 소리 지르는 것 말이다.
어릴적 여름방학이면 하루종일 동네를 돌아다니며 친구들을 불러내어 “오늘은 뭐하고 놀까?” 하고 모여서 놀궁리를 일삼고, 해질 무렵 엄마가 이름을 불러서야 집으로 들어가며 등짝스메싱을 맞던 그시절.
그 유년시절이 지금 아이스커피 속 얼음들이 달그락거리며 부딪치는 소리랑 똑같이 들린다.
밖에서는 매미가 울고 안에서는 에스프레소 기계가 쉬지 않고 숨을 내쉰다.
그리고 나는 커피를 또 한 모금 마시며,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래, 아이스커피는 확실히 여름과 잘 어울려. 겨울 같았으면 벌써 입김이 컵에 맺혔을건데.”
나는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겨울에도 아아를 먹는단 뜻이다)를 선호한다.
결국 오늘의 결론은, 아이스커피 한잔이면 계절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컵에 맺힌 물방울 속에, 나의 옛날이야기와 어린시절 장난기가 다 숨어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내일도 카페에 와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실 생각이다.
혹시 또 다른 물방울들이, 내 귀에 옛추억을 속삭여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