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집 -1-

-김태광수 단편선

by 김태광수

※ 이 시리즈는 비정기적·실험적 성격을 지닌 글입니다.

다소 낯설거나 강렬한 표현이 포함될 수 있으니, 독서에 참고해 주세요.

모든 인명·지명은 가명이며, 공개된 단편적 사실과 현장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주석


이 기록에는 누락된 항목이 있다. 일부는 원자료와 일치하지 않았고, 일부는 열람이 허가되지 않았음을 밝힌다.


1
부산 ○○구 ○○동. 산자락과 도로 사이의 경계가 흐릿한 지점에 단독주택 한 채가 있다. 정면에서 보면 2층 목조·콘크리트 혼합 구조다. 담장은 허물어졌고, 철문은 반쯤 열린 채 녹이 슬어 있다. 정원에는 잡초가 무릎까지 올라와 있다. 뒤편으로 무덤 두 기가 나란히 놓여 있다. 비석 하나는 글씨의 획이 남아 있으나 해독이 어렵다. 다른 하나는 양각이 비교적 또렷하다. 이 집은 오래전부터 ‘무덤집’으로 불렸다.


2
이 집의 내부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처음 공개된 것은 몇 해 전의 일이다. 사진 속 거실 바닥에는 라벨이 절반쯤 벗겨진 앰풀과 갈색 약병이 흩어져 있었다. 카메라는 주사기와 채혈용 튜브, 일회용 카테터, 금속 트레이를 번갈아 담았다. 일부 포장재에는 병원 명칭 대신 제조사와 물질명만 남아 있었고, 알파벳 약어가 스티커처럼 겹겹이 붙어 있었다. 서랍에는 오래된 기록물이 끼워져 있었는데, 표지에 “수사기록—198○년 ○월”이라고 인쇄된 바인더가 반복되었다. 기록물의 실체는 흐릿한 복사본과 수기로 덧댄 메모였다.


3
사진은 지하로 이어지는 철제 난간과, 봉인된 목재 차폐물을 보여주었다. 지하실 입구는 두 겹이었다. 첫 번째 철문을 열면 계단이 내려갔다. 계단 끝에는 다시 문이 있었다. 둘째 문은 못질과 금속 체인으로 봉인되어 있었다. 봉인 상태는 오래되었고, 표면에는 습기로 인한 백화 현상이 생겨 있었다. 사진을 제공한 이는 “이중 지하실 구조가 설계 단계에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그는 두 번째 문을 열지 않았고,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4
집의 소유자는 한때 검사였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오랫동안 형사부와 공안 분야를 거쳤다. 이후 상부로부터 발탁되어 서울 ○○지검의 수장이 되었다. 승진은 빠른 편이었다. 그러나 재직 2년 채 안 되어 물러났다. 사유는 “지휘감독 책임”으로 기재되었다. 하급직원의 금품 사건이 발단이었고, 대외적으로는 조직의 명예와 질서 유지를 위한 결정으로 설명되었다. 사직 이후 그는 공식 석상에서 보기 어려웠다. 그가 거주하던 이 집으로의 출입은 일정 기간 특정 기관의 감시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시의 기간과 방식, 해제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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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6
거실의 약품과 의료기기는 개인 치료용으로 보기 어려운 구성이었다. 명칭이 지워진 약병과 앰풀 가운데에는 법의학 현장에서 쓰이는 것으로 알려진 시약의 약칭과 비슷한 것이 있었다. 그러나 상용명과 로트 번호가 불완전하여 단정할 수는 없다. 기록물 속에는 수사 절차 관련 체크리스트, 참고인 출석요구 양식, 수기 메모가 섞여 있었다. 메모에는 “유지”, “보강자료 불충분”, “사실관계 재확인” 같은 단어가 반복되었다. 서류의 편철은 일정하지 않았다. 일부는 순서가 뒤섞여 있었고, 일부는 바인더 철끈이 끊어진 채였다.


7
2층 안방이라고 표시된 방에는 오래된 양복과 구두 상자가 놓여 있었다. 옷장 안쪽 바닥에 접힌 신문이 깔려 있었다. 날짜는 198○년대 중반부터 199○년대 초반에 걸쳐 있었다. 사회면에는 당시의 정치 사건, 경제 지표, 시위와 충돌 소식이 반복되었다. 한 장의 신문 여백에는 볼펜으로 짧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 그 말이 무엇을 지시하는지는 알 수 없다.


8
집의 소유와 관련해서는 사망 시점 이후로 오랫동안 분쟁이 이어졌다. 등기부와 상속인이 다투었다. 한 지역 방송국은 이 집과 관련한 특집을 예고했고, 그 과정에서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공문이 오갔다. 보도는 일부만 방영되었다. 분쟁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채 길어졌다. 주민들은 이 집 앞을 지날 때 걸음을 재촉했다. 이유를 묻자 사람들은 “여기는 오래됐다”라고만 말했다.


9
한때 함께 근무했다는 사람의 증언이 기사로 남아 있다. 그는 “그는 조심스러운 사람이었다. 조직의 절차를 중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언자는 “그는 어느 순간부터 결재란에 글씨를 크게 썼다. 지시가 필요한 칸을 비워두는 일이 잦았다”고 기억했다. 그 해 어느 계절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은 없다. 그가 스스로 말을 아꼈는지, 주변에서 기록을 남기지 않았는지는 불명이다.


10
감시에 관한 이야기들은 구전으로 흘렀다. 특정 기관의 차량이 일정 시간대에 이 길목을 지났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는 통신이 불편했다고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집 밖에서 오래 머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진술들은 서로의 시간을 가리키지 않는다. 사실 확인을 위해 필요한 문서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11
봉인된 둘째 지하실 문 앞에는 나무토막이 X자로 걸려 있었다. 못은 여러 번 교체된 듯했다. 바닥에는 가루가 쌓여 있었다. 습기가 오르내렸고, 냄새는 오래된 흙과 금속의 냄새였다. 손전등 불빛을 비췄을 때, 계단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은 그 지점에서 멈춰 있다. 문 손잡이에는 끈 자국이 남아 있었다. 누구의 손이었는지, 언제의 끈이었는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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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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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도면은 확인하지 못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가운데, 지하 방향의 식별 가능한 선이 몇 줄 있었다. 그 선은 공사 도중 손으로 그은 것 같았다. 삼각형 표시는 배수 위치로 추정되었다. 사선의 간격은 일정치 않았다. 계단의 폭은 좁았고, 발걸음의 각도는 깊었다. 일반적인 창고 용도라고 보기 어려운 형태라는 의견이 있었다. 반대로, 오래된 집일수록 지하 공간을 무겁게 만들었다는 반론도 있었다. 결론은 나지 않았다.


(계속...)


* 다음 편은 10월 10일 18시에 연재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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