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광수 단편선
전편 - 무덤집 -1-
※ 이 시리즈는 비정기적·실험적 성격을 지닌 글입니다.
다소 낯설거나 강렬한 표현이 포함될 수 있으니, 독서에 참고해 주세요.
※주석
이 기록에는 누락된 항목이 있다. 일부는 원자료와 일치하지 않았고, 일부는 열람이 허가되지 않았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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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인의 말년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 사망을 전후한 가족의 입장과, 이후 정리 과정에 대한 공식 문건은 열람되지 않았다. 부고는 검색되지 않는다. 조의록의 유무도 확인되지 않았다. 단지, 이 집이 한동안 비워졌고, 그 사이에 약품과 기록물, 가구와 옷가지가 남겨졌다는 사실만이 분명하다. 무엇이 치워졌고 무엇이 남겨졌는지도 알 수 없다.
16
한때 이 집의 사진을 올린 이는 “이곳의 이야기는 무겁다”고 적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사진은 특정 각도와 거리에서 반복되었다. 거실—복도—지하—정원—비석—현관. 촬영 순서가 실제 동선과 일치하는지는 모른다. 사진은 이미지 호스팅 사이트를 몇 차례 옮겨 다녔다. 정보는 대부분 지워졌다.
17
그가 증언하기를. 집 근처에서 만난 노인은 “이곳은 예전부터 이런 곳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의 이름도 말하지 않았다. “이 집 주인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사라지면 집만 남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말은 누군가에게서 배운 것처럼 들렸다.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18
문서 더미 가운데 한 장의 판결문 사본이 있었다. 판결문의 결론 부분은 흐릿했다. 유죄, 무죄, 각하 중 어느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다만, 판결문 여백의 사선 표시와, 사후 보완을 요구하는 붉은 색 필기가 겹쳐 있었다. 필기의 획은 급했다. 글씨체는 일정하지 않았다. 이 문서가 실제로 이 집 주인의 결재선에 올랐던 것인지, 아니면 학습용으로 묶인 사본이었는지, 출처는 불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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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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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이 왜 이렇게 남았는지, 결정적인 설명은 없다. 소유권의 다툼이 길어진 이유는 문서의 공백과, 해석의 차이, 그리고 책임 소재의 불분명에 있다. 방송사는 보도를 예고했지만, 이후의 결과는 흐렸다. 누군가는 외부의 시선이 불편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조용히 두자고 했다. 이런 말들은 어느 곳에서나 비슷하게 나오지만, 이곳에서는 오래 유지되었다.
2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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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이야기를 모으는 동안, 새로운 사실은 거의 추가되지 않았다. 과거에 만들어진 흔적을 다시 확인하는 일뿐이었다. 사람들은 오래된 일에 관해 더 말하지 않는다. 말할 때도 구체를 피한다. 정확한 날짜와 숫자, 이름은 빈칸으로 남는다. 빈칸은 시간이 지나도 채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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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앞에 서면, 비석의 그림자가 발목을 지나간다. 그림자는 바닥의 요철을 따라 움직인다. 돌의 높이는 사람이 무릎을 굽혀야 할 정도다. 손바닥을 얹으면 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손을 떼면, 표면의 먼지가 손바닥에 남는다. 물로 씻어내면 묵은 냄새가 일어난다. 이 집에서는 냄새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기록보다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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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주인이 생전에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어떤 결정을 거부했는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다만 그는 절차의 사람으로 불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절차에서 멀어졌다. 그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누군가는 이것을 가택연금이라 말했다. 누군가는 자발적 은둔이라 했다. 둘 중 어느 것도 증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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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은 사실 몇 가지뿐이다. 단독주택. 정원. 두 개의 무덤. 라벨이 지워진 약병과 의료기기. 198○년대의 수사기록 사본. 설계 단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중 지하실. 봉인된 둘째 문. 해석이 엇갈리는 메모. 정리되지 않은 옷장. 오래된 신문. 끊어진 결재선. 불분명한 소유권. 길어진 분쟁. 반쯤 방영된 특집. 그리고 이 집을 둘러싼 침묵.
26
이것으로 기록을 마친다. 이후의 행적은 전해지지 않는다. 무덤은 여전히 정원 뒤편에 있다. 집은 아직 남아 있다. 사실은 거기까지다. 그 사실만으로도 한 시대의 음영을 짐작하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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