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태사공서-사마천에게

by 김태광수

역사를 잉태했다는 이유로

씨를 거세당한 채로 살아왔다.

죽어버리면 그만 일

치욕 따위를 겪으면서.

가랑이 사이에 솟구쳐 나오는 분만통은

그 누구도 칼을 건네는 것 외는

어루만질 수 없었을 것이다.

갑골을 살피고

죽간을 뒤집을 때

손끝에서 흔들리는 모멸감은

어느 흔한 과부의 인생과도 같았을 테니.


그렇기에 당신은 어머니시다.

먹물 속에 피눈물을 훔쳐가며

이 방대한 시간을

목간위에 새겨 놓아

역사란 것을 출산하신

어느 거룩한 분.

당신의 강철 같은 의지를

기둥 하나 뽑혀 살던 자들이 흠모 하듯.

우리 또한 발기 하여

하얀 꿈을 책 위에 뿜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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