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한다고 엄청난 고민 끝에 말하였지만 많이 붙잡혔다. 상무가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분에게 나의 퇴사 이야기를 바로 했었는지 확실히 결정했냐며 물어보셨다. 예상은 해서 놀랍지도 않았지만 프로젝트 매니저분이 둘 다 나가면 자기가 힘들어져서 그런지 확실히 결정했냐며 물었다. 퇴사한다고 말은 했지만 조금 더 버티고 퇴직금을 받을까 고민은 됐다. 살짝 얼버무리니 "너랑 C차장(사수)이랑 경력 차이가 얼마나 나는데 너한테 다 하라고 하겠냐" "원래 하던 거 정도만 하면 된다. D차장 누군지 알지? C차장 자리로 오는 거 같더라" 하며 약간의 희망고문을 줬다. 부장님도 계속 다니면서 이직을 생각해 보라 하셨다. 퇴사를 이야기하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더 힘들었다. 신입이 나간다고 크게 달라 질게 없으니 붙잡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수 없이 붙잡혔다.
그러고는 자연스레 더 나니게 되었다. 그런데 D차장이 온다 했으나 C차장이 나가고 오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계속 의문이었다. 내가 힘들어하는 상황인 게 누가 봐도 뻔한데 상무가 나한테 D차장이 올 거라는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아 내가 퇴사한다고 이야기를 꺼냈어서 마음에 안 드는구나 짐작을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나간다고 해서 당황은 했지만 생각해 보니 내가 나가도 큰 영향 없어서 일부러 바로 D차장을 안 오게 하고 나를 힘들게 하려고 저러나 생각을 했다. 또한 1월에 사장이 나를 따돌렸을 때 도와줬는데 뒤통수를 쳤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쩌겠나 이미 많이 당한 건 난데.
C차장이 나가고 C차장의 업무를 해야 하니 너무 힘들었다. 모르면 물어볼 사람은 상무뿐인데 물어보기가 너무 싫었다. 지옥이었다.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 나는 칼퇴 요정이었는데 말이다. 일도 힘들고 사람도 힘드니 미칠 지경이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부장님께 먼저 말씀드렸다. C차장이 나가고 잘 챙겨주셨기 때문에 상무한테 말하기 전에 말씀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D차장이 다음 주에 올 거라며 반쯤 붙잡혔다.
또다시 나는 의문, 아니 확신이 들었다. D차장이 오는 게 확정이 됐는데도 나한테 상무가 말을 안 한다는 거에 확신이 들었다. D차장이 들어오면 나를 버리겠구나. 이런 생각도 까먹은 채 D차장이 들어와서 숨통이 트였고 C차장보다는 말이 통하여 전보다는 재미가 있고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D차장이 들어온 후 2주 뒤 상무가 부르더니 다음 달부터 내가 X지역으로 발령받을 예정이란다. 그곳은 출퇴근 시간이 3시간 이상 걸린다. 놀랍지도 않았고 예상한 대로였다. 덤덤한 나의 모습을 보더니 상무가 왜 아무 말도 안 하냐며 재미있게 쳐다봤다. 내가 놀라기라도 바랐나. 딱히 할 말이 생각이 안 나서 나중에 생각나면 말씀드린다고 했다.
"왜 제가 X지역에 가야 하나요?"
"우리 팀이랑 맞지 않는 거 같아서요."
"안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없습니다. "
"왜 미리 말씀 안 해주셨나요?"
"내가 왜 미리 말해줘야 하는데 ㅋㅋㅋ"
"X지역에 발령받아서 무슨 일을 하나요?"
"그건 가봐야 알죠."
X지역에는 내가 맡고 있는 직무 및 팀이 없다. 내가 정말 속해 있는 팀과 맞지 않는다고 쳐도 발령받은 곳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여러 번 물어도 얼버무리기만 했다. 팀이랑 맞지 않는 거 같다고 하지만 상무와 내가 맞지 않아서, 내가 싫어서 보내는 게 분명하다. 상무는 나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나를 위한 결정이었으면 미리 귀띔이나 상의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미리 말해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 물으니 어이없는 대답뿐이었다.
"저랑 상무님이랑 맞지 않아서 보내시는 거죠?"
"맞습니다."
계속 발뺌하더니 계속 물어보니 본심이 나왔다. 그 사장의 그 조카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게 분명하다. 상황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여 계속 물어본 게 아니다. 나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계속 물어봤다. 하지만 검색과 상담 끝에 신고를 해도 약자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신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3개월이 걸리며 3개월 동안 회사를 더 다니며 감정 낭비를 계속해야 한다. 처음에는 분한 마음에 신고를 선택했지만 신고전 상담 과정에서도 마음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다. 나를 위해 신고를 하려 했으나 그게 나를 더 갉아먹는 선택이라고 생각이 들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실업 급여는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