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뇌형 엄마와 우뇌형 아이

서로 다른 뇌, 같은 하루

by 흘려도 괜찮아

“왜 자꾸 멍하니 앉아 있어?”

아이는 숙제를 펴놓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다. 엄마는 조용히 참다가 결국 한마디 한다.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놀고 있는 거야?”


아이는 대답 대신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5분 후, 갑자기 색연필을 꺼내 교과서 여백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한다.


“공부하랬더니 그림이야?”


엄마는 속이 답답해진다. 하지만 아이는 말한다.


“근데 이거 그리고 나면 머리가 좀 가벼워져. 그럼 글씨가 더 잘 들어가.”


이 짧은 장면 속에 좌뇌형 엄마와 우뇌형 아이가 겪는 일상의 간극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 좌뇌와 우뇌 – 두 개의 리듬, 두 개의 해석


우리의 뇌는 두 개의 반구로 나뉘어 있다. 누구나 양쪽 뇌를 함께 사용하지만, 일상에서 주로 의지하는 리듬은 각기 다르다.


좌뇌형 사람은 논리적이고 구조적인 흐름을 선호한다. 순서를 세우고, 목표를 향해 단계별로 나아가는 데 익숙하다. 말과 숫자에 강하고, '왜 그런지'를 설명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반면 우뇌형 사람은 감각과 분위기, 흐름 중심으로 움직인다. 말보다 표정이 앞서고, 이유보다 '느낌'이 먼저다.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가 가장 큰 기준이 된다.


2. 다른 뇌를 가진 엄마와 아이가 마주칠 때


좌뇌형 엄마는 계획표를 펼치고 “오늘은 이걸 먼저 하고, 그다음엔 이걸 하자”고 말한다. 우뇌형 아이는 대답 대신 손끝으로 탁자 위 먼지를 훑는다. “이런 거… 햇빛에서 보면 반짝거려.”


이럴 때 엄마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라고 느끼고, 아이는 “근데 난 지금 그게 좋아”라고 느낀다.


이 작은 어긋남이 반복되면, 엄마는 아이를 산만하다고 판단하게 되고, 아이는 엄마를 차갑고 조급한 사람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이럴 땐 '누가 옳은가'보다 '서로가 무엇을 기준으로 움직이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좌뇌형 엄마가 우뇌형 아이를 키울 때 자주 겪는 장면들


“왜 그랬는지 말해봐.” 좌뇌형 엄마는 원인을 분석하고 정리해야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건 말보다 감정으로 먼저 결정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그때 기분은 어땠어?” “그럴 땐 네 안에서 어떤 느낌이 올라와?” 같은 질문이 아이의 마음을 훨씬 더 잘 여는 열쇠가 된다.


또 아이는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엄마는 주의가 산만해 보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감정을 정리하고 마음의 온도를 맞추는 ‘예열’의 시간이다.


4. 엄마와 아이의 조합별 특징과 접근 팁


● 좌뇌형 엄마 + 좌뇌형 아이


장점: 계획과 목표가 잘 맞고, 논리적인 대화가 수월하다. 규칙을 잘 지키며 스스로를 잘 관리한다.


단점: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색할 수 있다. 실수나 실패 앞에서 위로보다 조언이 앞서며 감정 소통이 부족해지기 쉽다.


팁: 감정의 파동이 있을 때 “왜 그래?”보다 “지금 어떤 마음이 들었어?”처럼 정서적 언어를 끼워 넣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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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뇌형 엄마 + 우뇌형 아이


장점: 엄마가 구조를 잘 제시해줄 수 있어 아이의 생활 리듬을 잡아주기 좋다.


단점: 아이는 감각과 기분으로 움직이는데, 엄마는 논리와 계획 중심이어서 자주 부딪힌다. '왜?'라는 질문은 아이를 위축시킬 수 있다.


팁: 감정을 먼저 받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너는 바람처럼 움직이고 싶은 기분이구나. 근데 엄마는 네가 잠깐만 멈춰줬으면 좋겠어.”처럼 감성과 요청을 함께 담은 말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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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뇌형 엄마 + 좌뇌형 아이


장점: 아이의 감정을 잘 받아주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제공할 수 있다.


단점: 좌뇌형 아이에게는 “하고 싶은 대로 해” 같은 말이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방향이 없으면 불안해하고, 스스로 정리하기 어려워한다.


팁: 선택지를 정리해 주는 것이 좋다. “이 셋 중에 하나를 골라볼래?”, “몇 시까지 끝내고 싶어?” 같은 식의 명확한 구조를 제시하면 아이는 안정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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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뇌형 엄마 + 우뇌형 아이


장점: 감정 공감력이 뛰어나며 서로의 기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뜻한 정서적 연결이 잘 형성된다.


단점: 감정에 너무 몰입하면 함께 무너질 수 있다. 구조와 질서가 약해져 일상이 불안정해질 위험이 있다.


팁: 하루 일과 중 일정 부분은 ‘시간 약속’이나 ‘마무리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지켜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감정 조율만으로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도록 혼자 쉬는 시간도 반드시 확보해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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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뇌는 다르지만, 사랑은 같을 수 있다


아이와 나의 뇌가 다르다는 사실은 처음엔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차이는 결핍이 아니라 확장이 될 수 있다.


한쪽은 계획을 세우고, 한쪽은 감정을 흐르게 한다. 누군가는 명확한 언어를 찾고, 누군가는 그 언어를 감정으로 번역해준다.


서로 다른 뇌로 하루를 살아가지만, 우리가 진심을 향해 손을 뻗는다면 그 중심에는 언제나 연결이 있다.


“좌뇌든 우뇌든, 다른 리듬으로도 같은 사랑을 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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