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에서 만난 사람 ②, 괴산으로의 귀촌 강병길 아이뜰관광농원 대표
컨츄리시티즌은 지역과 도시를 잇고 있습니다. 저희의 첫 번째 프로젝트 '괴산상회'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를 브런치로 먼저 전해드립니다.
소담한 공간입니다. 산이 둘러싸고 있는 공간에서 캠핑장을 운영하고 계시네요.
안녕하세요. ‘아이뜰관광농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병길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곳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월산은 보시다시피 산세가 거칠죠. 시원시원한 산등성이가 참 좋았습니다. 그에 반해 박달산은 부드러운 곡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반된 두 산이 감싼 이곳이 마음에 들어 괴산으로의 귀촌을 결심했습니다.
괴산에 연고가 전혀 없으셨나요? 귀촌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어떤 계기로 오셨을까요.
괴산은 몇 번 와보지 않은 지역이었습니다. 참 신기하죠. 이렇게 괴산에 자리를 잡은 게. 귀촌하기 전엔 섬유무역 사업을 약 20년 정도 운영했습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한 5년 전쯤, 제가 정말 날카로웠습니다. 그냥 순간순간이 짜증스러웠어요. 그러면 안 되는데 가족들에게도 예민했죠. 아내가 병원에 가볼 것을 권유했어요. 제 간 수치가 정상의 두 배더라고요. 저는 특별히 술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20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몸이 고장 나는 상황을 맞닥뜨렸습니다. 자연스럽게 치유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10평 남짓의 텃밭을 운영해 봤죠.
텃밭이요? 텃밭으로 치유를 하셨다니 상당히 신기하네요. 텃밭에서 캠핑장으로 그리고 괴산으로 오시게 된 과정은 어떠셨나요?
작은 규모의 텃밭을 가꾸며 단순노동이 주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왜 자연에서 흙을 만지고 또 내가 만지는 대로 식물들이 잘 커가는 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 당시에도 사업은 하고 있었지만 회사에서 주는 스트레스를 텃밭에서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아내도 제게 가장으로서 건강하게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어요. 그 얘기에 제가 건강해지고자 귀촌을 결심했습니다. 귀촌의 첫 스텝은 ‘귀농·귀촌 카페’ 가입이었어요(웃음).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뭐 귀촌의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캠핑장을 조성하는 과정에 사기도 당했고요. 그래서 귀촌하시려는 분들에게 반드시 말씀드리는 게 ‘자금 계획’입니다. 내가 이 지역에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꼭 해결하고 오시기를 바랍니다.
정말 쉬운 게 하나도 없네요. 제가 생각한 귀농·귀촌은 영화 <리틀포레스트>였는데요. 전혀 아니었네요. 그래서 그런지 캠핑장도 굉장히 잘 운영되고 있는 것 같고 또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캠핑장은 정말 사업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텃밭을 운영하긴 했지만 농사에 뛰어드는 건 좀 무모했어요. 그래서 캠핑장으로 수익모델을 만들고 그 내부 콘텐츠를 괴산의 것으로 만들어보자 결심했죠. 괴산이 친환경유기농업도시입니다. 괴산에서 나고 자란 특산물을 캠핑에 접목해보자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수제맥주입니다. 훈연 향이 나는 괴산 고추를 살짝 넣어 수제맥주를 개발했습니다. 캠핑장에 오는 분들이라면 다들 맥주 한 잔씩은 하시니까요. 다행히도 반응들이 좋아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캠핑장에 오시는 분들이 이렇게 지역을 활용한 수제맥주를 접하면 정말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캠핑장은 보통 외지인이 방문하는 장소잖아요. 혹시 외지분들은 괴산을 어떻게 바라보시는 것 같나요?
괴산이 지리적으로 참 좋습니다. 수도권에서 2시간 정도면 오는데 또 지역이 주는 대자연도 갖고 있잖아요. 그래서 많이들 방문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하이브리드 일상’을 꿈꾼다면 괴산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와 지역의 가교가 될 곳이죠. 이제 저희같이 괴산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할 일이 아주 많아요.
그렇다면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지금은 유리온실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늘을 바라보면 정말 진부한 표현이지만 별이 쏟아질 것만 같거든요. 그래서 유리온실을 만들어 많은 캠퍼들이 ‘별멍’을 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궁극적으로는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싶습니다. 온실에 무대도 만들어서 작은 공연도 열고, 음식도 먹을 수 있도록요. 그리고 제 경험을 살려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팜스쿨’을 만들고 싶습니다.
왜 제가 힘들 텃밭으로 치유했잖아요. 흙과 식물을 만지면서 지친 사람들이 생명력을 얻었으면 합니다. 보통 한 작물이 크는 데는 3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 그래서 ‘괴산 100일 살기’ 프로그램을 하면서 작물도 수확하고 자연의 생명력으로 치유도 했으면 합니다.
얘기만 들어도 제가 다 치유되는 기분이에요. 요즘 2030, MZ세대가 힘들다 이런 얘기가 많잖아요. 저도 괴산에 와서 생명력을 얻어 가고 싶습니다.
제가 귀촌해보니 괴산에 보다 젊은 사람들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젊은 사람들을 위해 편의성도 어느 정도 만들어져야겠더라고요. 주변에 비슷하게 귀촌하신 70대 노부부가 계십니다. 그런데 그분들도 흙길 걷기를 어려워하고 산 벌레를 무서워하십니다. 70대 노부부가 그 정도라면 젊은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이런 사소한 것들이 쌓여 지역 활성화의 장벽이 될 것 같습니다. 뭐 지자체에서 벌레를 잡아줄 수는 없겠지만 지역 곳곳을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만들어 줄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와서 함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면 서로 의지하며 잘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을 보통 ‘함께’한다는 연대에서 따뜻한 안정감을 느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