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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J Aug 17. 2024

들을 수 있다는 행복

EP16. 보청기를 찾는 사람들

Quote of the Day

Promise me you'll always remember: You're braver than you believe, stronger than you seem, and smarter than you think.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보다 용감하고, 보기보다 강하고 생각한 것보다 똑똑하다는 것 기억하십시오.  자신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죠. 시작도 하기 전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죠. 남 얘기가 아니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20대 초반에 캐나다에 여행 왔었을 때,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어요. 그땐 영어도 잘 못했고 낯선 곳에서 혼자 다니기를 무서워했어요. 그러다가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전혀 생뚱맞은 곳에서 밤늦게 내린 적이 있는데요, 스마트폰도 없었던 때라 누군가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죠. 어떻게 하든 공중전화를 찾기 위해 무작정 길을 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정말 무서웠는데 특히 여자 혼자서 밤늦게 걸어가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순간 이런 생각이 났어요. 만약 어떤 미친놈들이 덮치면 그때는 겁먹지 말고 무조건 맞서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죽으면 죽으리라 하는 심정으로. 마냥 겁이 많던 저에게 그런 모습이 있었다는 것도 신기하네요. 이렇듯 막상 그 상황이 오지 않으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다고 믿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요. 다른 시각에서 응용해 보면, 저는 제가 글을 잘 못쓴다고 생각했어요. 문과가 싫어서 이과를 간 케이스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글을 잘 쓴다는 소리를 몇 번 들었어요. 고등학교 때 논설문 같은 글을 쓸 때마다 무슨 말을 쓸지 모르겠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랐던 내가 이렇게 제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재능이 있는지는 꿈에도 몰랐죠. 지금도 제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글 쓰는 것을 즐기는 것은 맞아요.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다는 것도 깨달았죠. 그러니 우리는 종종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거죠. 꾸준히 하는 것이 답인 거 같아요. 꾸준히 하다 보면 몰랐던 자신의 재능들이 빛이 바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네요.










눈으로 듣는 팟캐스트, 16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제가 일하고 있는 Hearing Aid Center(HAC)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제 브런치에서도 몇 번 HAC에 관한 소재로 글을 올렸었는데요, 이제는 그동안 못 보던 것들을 보고 느끼게 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일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이렇게 이번주 주제로 정했네요.


몇 번 언급은 했었지만 오늘 처음 제 글을 읽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제 이력을 소개해드릴게요. 현재 캐나다 코스트코에서 일을 하고 있고 일하는 부서는 HAC에요. 처음부터 이 부서에서 일하게 된 건 아니에요. 코스트코에서는 다양한 부서가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가 있어요. 제가 처음에 입사했을 때는 Front End부서에서 일을 했었고 그다음 해에는 Membership에서 일을 했었죠. 그러다가 올해 3월에 현재 일하고 있는 HAC로 이동을 했어요. 각 부서마다 해야 할 일도 다르고 배워야 할 것도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 부서를 이동한다고 하면 언제 또 적응해야 하나 하는 고민부터 하게 되죠. 더군다나 아무런 정보 없이 간다고 하면 후회하기 일쑤죠. 제가 아는 몇몇 직원분들도 무턱대로 옮겼다가 바로 취소하고 원래 부서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있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부서를 옮긴다고 결정했을 때는 그만한 각오는 하고 있어야 하죠. 저도 모험을 좋아하는 편을 아니기 때문에 부서를 이동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그전에 사전정보를 이미 습득하고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판단한 다음 실행하는 거죠. 아무튼 그렇게 해서 HAC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죠.


저는 항상 일을 시작할 때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라는 주의이기 때문에 일을 빨리빨리 배우는 편이에요. 그래서 한 달 동안 일을 열심히 배워서 잘 정착을 했어요. 그리고 이 부서는 다른 부서와 다르게 바쁘지도 않고 여유가 있는 부서라는 것을 깨달았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나름 예약된 고객들 위주로 오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가 가능하죠. 하지만 어디에나 예외는 있는 법. 부서 특성상 나이 많은 분들이 오시다 보니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도 종종 있답니다. 어딜 가나 블랙리스트는 존재하기 나름이죠. 이런 것들만 제외한다면 전반적으로 이 부서는 여유가 있어요. 심지어 다른 부서 직원들이 HAC 부서는 할 일없이 앉아만 있다고 할 정도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죠. 우리 부서가 바쁠 때는 당연히 다른 부서도 바쁘니까 못 보는 것이고 그들이 안 바쁠 때 우리 부서도 안 바쁠 테니 그들이 보기에는 그냥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상대적으로 안 바쁜 거지 아예 노는 부서는 아니거든요. 역시 당사자가 돼 봐야 이해를 할 수 있다는 말이 맞네요.


어느 부서에나 문제점은 있죠. 직원 간의 대립이나 상사와의 대입 같은 문제들이 그 예라 할 수 있죠. 현재 HAC의 문제점은 바로 매니저의 부재입니다. 매니저가 없다고? 모든 부서에는 매니저와 슈퍼바이저들이 있지요. 하지만 이 부서에는 매니저만 있고 슈퍼바이저는 존재하지 않아요. 사실, 부서 특성상 아무나 매니저가 될 수 없고 아무나 슈퍼바이저가 될 수 없어요. Audiologist나 Hearing instrument Practitioner만이 이 부서의 매니저가 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매니저가 부재가 되면 자격증이 없는 한 누구나 신청을 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면 왜 부재일까요? 사실 이 부서의 매니저는 그전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었대요.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을 못하고 있죠. 매니저면 매니저답게 그 부서를 책임지고 이끌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되는 거죠. 너무 무책임하다고 할까요? 그러는 와중에 한창 바쁜 시기에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병가를 내고 현재 3개월 넘게 쉬고 있는 중이죠. 진짜 아픈지도 의문이 들지만요.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네요. 사실상 매니저 자질이 안 되는 사람이 매니저가 되어서 부서를 이끌다 보니 구멍이 생기기 시작한 거죠. 처음에는 정말 황당하고 지금까지 내가 함께한 매니저들과 전혀 다른 업무 태세를 보여주고 있어서 화까지 났었죠. 지금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느끼고 있어요. 매니저가 처리해야 할 일들을 이 부서 직원들이 감당하고 있어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지만 오히려 더 평화롭게만 느껴지네요. 조만간 회사입장에서도 조치를 취할 거라 하니 지금은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네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HAC에서 제가 느끼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해볼까요?

HAC에 일하기 전까지는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청기를 사용할까 궁금했었고 이렇게까지 보청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어요. 들리는 것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렇게 말하면 더 쉬울 것 같네요. 우리가 눈이 잘 안 보이면 바로 안과에 가서 안경을 맞추잖아요. 그거랑 같은 개념인 거죠. 안 들리니까 보청기가 필요한 거죠. 솔직히 제 주위에는 안경 낀 사람들은 있어서 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일까요. 보청기의 필요성을 잘 못 느꼈거든요. 거기다가 가격 또한 엄청 비싸지요. 코스트코에서는 한쌍에 $2000불 정도 하는데 처음엔 과연 이 금액에 누가 살까 했어요. 알고 보니 다른 사설 클리닉에서는 기본이 $6000불 이상이라고 하더군요. 캐나다는 안경을 맞추는 것도 비싸거든요. 거의 $200불 정도 하는데 보청기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이런 금액을 과연 누가 사려고 할까 했죠. 하지만 제 예상과는 다르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보청기를 구매를 합니다. 한 달 평균 $100,000불 이상 (약 1억 이상) 팔리는 것만 봐도 보청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아무래도 청력은 나이와 상관이 있는 것 같아요. 유전적인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평균 연령이 70세에서 90세 정도로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죠. 이런 분들은 대부분 가족들이 동행해서 센터를 찾아오세요. 본인보다는 주변사람들의 걱정으로 인해서 찾아오는 경우도 많죠. 안 들린다는 것이 얼마나 삶의 질을 나쁘게 하는지를 그들은 알기에 보청기를 찾는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고객 중에서 보청기가 안된다면서 찾아오신 분이 있었는데요, 참고로 보청기는 생각보다 예민한 장치예요. 주기적으로 청소해주지 않으면 그 자그마한 스피커 구멍이 귓밥으로 인해 막히기 때문에 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요. 평균적으로 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귓밥이 더 잘 생기기 때문에 자주 귓밥을 제거해줘야 해요. 자신의 귓밥 때문에 소리가 안 들린다는 것을 모르는 고객분들은 무작정 보청기가 고장 났다며 컴플레인을 하시죠. 정말 간단하게 필터만 갈아주면 아주 소리가 잘 들리는데도 말이죠.

아무튼, 다시 그 고객 얘기로 돌아가죠. 그분은 보청기가 안된다면서 도움을 요청했죠. 이분 같은 경우는 간단한 청소만으로 해결이 안 된 경우라 어쩔 수 없이 제조업자에게 수리를 요청해야 하는 경우였죠. 그분은 갑자기 보청기가 안된다면서 울기 시작했어요. 본인이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는데 혼자만 소리를 못 듣고 있었다면서 소외된 느낌을 받았다고 해요. 다들 웃고 즐기고 있는데 혼자서 아무것도 못 듣고 있다는 것에 대한 수치심과 소외감으로 인해 너무 슬퍼하셨어요.  그때 제 심정은 이것이 단순히 소리를 듣고 안 듣고의 문제가 아니겠구나, 소리라는 것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구나를 느꼈죠. 남들 앞에서 안 들린다고 말할 수 조차 없는 그런 상황. 남들과 달라지고 싶은 않은 심정. 그분이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순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대단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감기에 걸려서 맛을 못 느낄 때도 엄청 답답한데 못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더 답답할까요. 한 번도 청력손실에 대한 걱정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눈 나빠지면 오메가 3을 사 먹거나 루테인을 먹으면 되고 감기 걸리면 감기약을 먹으면 되지만 귀가 안 들리면.... 딱히 방법이 없잖아요. 솔직히 그 고객이 울었을 때 어떠한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본인이 경험하지 않은 이상은 그것이 어떤 느낌일지 잘 모르잖아요. 절대로 위축되지 말라고 위로를 해드리고 보냈고 다행히 보청기가 잘 고쳐져서 아주 기분 좋게 찾아가셨던 걸로 기억해요.


고객분들 중에 나이가 90이 넘는 분들도 꽤 있는데요, 솔직한 심정으로 정말 언제 돌아가실지 모를 나이인데 굳이 보청기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정말 본인이 원해서 인지 아니면 가족들이 정말로 효도하는 심정으로 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만큼 그들에게 있어서 듣는다는 것은 삶의 중요한 영역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아직은 그들보다 젊고 잘 들리기 때문이겠죠.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잃어봐야 그 소중함을 알잖아요. 발가락 하나만 다쳐도 걷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지를 알듯이 말이죠.


90세가 넘는 고객 중에 정말 개성 넘치는 할머니가 있어요. 그분은 혼자서도 잘 돌아다니고 심지어는 댄스학원까지 다닌다더군요. 보청기를 착용하는 이유는 본인의 젊은 댄스파트너와 소통하고 싶어서래요. 심지어는 자기 남자친구라고 까지 표현을 하더군요. 그냥 귀여웠어요. 그 심정 충분히 이해 갑니다. 저도 결혼은 했지만 잘생긴 직원과 일할 때 괜히 설레니까요. ㅋㅋ


HAC에 일하기 전까지 들리는 것이 이렇게 감사한 일인지는 전혀 생각도 못했어요. 보청기가 안돼서 찾아오시는 분들은 언제나 얼굴이 수심이 가득하죠. 사실 청소만 잘해주면 90프로는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런 세심한 작업을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죠. 그래서 깨끗이 청소하고 나면 소리가 안 들린다는 문제는 금방 해결할 수 있어요. 간단한 청소만 해드린 것뿐인데 이거 하나만으로 저는 그들의 하늘이 되죠. 그럴 땐 참 보람을 느끼기도 해요.


처음에 HAC부서로 이동했을 때 그 부서가 그 부서겠지, 시간만 잘 때우고 오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돈을 버는 곳이니 밥값은 해야 하지만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일하려고 했죠. 근데 매일마다 보청기문제로 찾아오는 고객들을 보면서 그냥 모르쇠 하면 안 되겠구나 했어요. 그래도 나름 카운터에서 일하는데 기본적인 지식은 갖춰야겠다고 생각했죠. 어떨 때는 이 분야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학교까지 고려도 해봤죠. 근데 그건 좀 오버인 거 같더군요. 지금은 돈을 더 벌어야 할 때라 다시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더 멀리 본다면 학교에 가서 자격증을 취득한 다음 clinician으로 취업을 하면 돈은 더 벌겠지만 지금까지 봐온 고객들을 상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안나더군요. 잠시 고민을 해봤지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한도까지만 하기로 결정했죠. 그것만으로 충분히 고객들에게 하늘이 될 수 있으니까요.


슬슬 마무리를 해볼까요? 지금은 HAC에서 일한 지 5개월이 넘어가고 있네요. 어딜 가도 열심히 하는 저이기에 지금 여기에서도 충분히 많은 걸 배우고 있네요. 이곳이 나의 종착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일하면 일할수록 왠지 모르게 똑똑해지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ㅎㅎ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다음 이 시간에 찾아오도록 할게요. 구독과 좋아요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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