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7. 오늘의 계획
Saturday, November 16, 2024
역시나 예상대로다. 아무리 전날에 쉬는 날동안 무엇을 할지 계획을 했어도 나는 알고 있었다. 나의 주 계획은 잠이라는 것을. 보통 12시 전에는 잠을 자는데 어제는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잠을 잤는데 오래간만에 토요일 휴무라 늦게 일어나도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평소였음 아침 5시나 6시 기상이겠지만 오늘은 아침 9시 정도에 깨서 주구장창 휴대폰만 스크롤링하다가 오후 12시가 돼서 침대밖으로 나왔다. 적어도 계획했던 식재료 소비를 하기 위해서. 저번주에 사놨던 고구마를 이용한 레시피를 찾아놓았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드디어 고구마 요리를 하는 날. 고구마를 언제나 쪄먹기만 했는데 내가 고구마를 너무 사랑해서 한번 짜놓으면 그대로 다 먹기 때문에 이번에는 뭔가 새로운 레시피를 이용해서 고구마 요리를 하고 싶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한 두 가지 레시피. 오늘은 꼭 이 레시피를 이용해서 고구마를 먹겠노라 다짐해 왔다.
레시피는 상당히 간단했다. 이름은 좀 거창하지만 고구마 크로와상과 고구마 떡(이건 그냥 내가 이름을 지었다.) 근데 영상으로는 정말 간단해 보였는데 막상 하려니 생각보다 싶지는 않더이다. 고구마 크로와상은 모양만 크로와상이지 고구마반죽을 돌돌 말아서 오븐으로 쪄주면 되는 거였다.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말 그대로 원래 먹던 고구마의 모양만 바뀐 거였기 때문에 모양이 어찌 되든 상관없이 어쨌든 고구마였다.
고구마 떡은 고구마 반죽을 라이스페이퍼로 감싸서 버터로 구워주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만드는 시간도 짧았고 남편도 맛있게 먹는 것을 보아 이제는 이런 식으로 고구마를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기본 베이스는 찐 고구마이어서 2개 정도 원재료 그대로 남겨놨다. 난 세상에서 고구마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2시간 정도 요리를 하고 배를 채워놓고 전기장판을 켜놓은 침대 위로 돌아가 유튜브를 시청하니, 슬슬 잠이 오기 시작했다. 얼마나 당연한 순리인가. 배가 부르고 따듯하니 잠이 오니라. 그렇게 나는 낮잠을 잤다. 나의 낮잠은 하루의 마감을 의미하기도 한다. 종종 주말에 남편과 점심을 먹고 내가 침대로 다시 들어가면 남편은 직감한다. '아, 오늘 저녁밥은 또 라면이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한밤중일 테니까.
오늘은 저녁 7시쯤에 잠을 깼다. 이미 한밤중이다. 캐나다는. 내가 자고 있는 동안 볼일을 보고 돌아온 남편은 점심으로 짜파게티를 먹었다고 한다. 다행히 이미 저녁밥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남편 밥은 챙겨준 셈이다. 내가 일어났을 때는 저녁식사 때라 남편이 밥을 먹을 때 점심때 만들어놓은 그 고구마요리들을 한번 더 먹었다. 이렇게 나의 토요일은 마무리 됐다. 잠만 자고 싶었던 오늘 하루를 알차게 쓴 거라 만족한다. 근데 또 잘 시간이다. 그럼 한번 다시 자 볼까나.
오늘의 픽:
나야, 고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