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 집에 좀 가자
Thursday, November 21, 2024
새벽 5시 알람에 깼지만 눈을 떠보니 어느새 새벽 6시다. 하지만 난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15분 만에 준비하고 뛰쳐나간 경험이 있어서 충분히 준비하고 나갈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침 8시 출근은 참 호불호가 있다. 일찍 일어나 준비해야 하는 수고가 있지만 그만큼 일찍 퇴근할 수 있기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만 잘하면 편하게 일할 수 있다. 오늘이 그랬다. 비록 계획했던 시간보다 1시간 늦게 일어났지만.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오후 4시. 이제 30분만 더 버티면 퇴근이다 근데 예상치도 못한 고객이 찾아오면서 나의 정시퇴근이 물거품이 됐다.
이 고객은 저번 주에 청력 테스트를 마쳤고 이제 어떤 보청기를 구입하고 싶은지 클리니션과 상의만 하면 되는 손님이었다. 그런데 이런 경우 보통 예약을 하고 온다. 하지만 이 고객은 예약 없이 워크인으로 와서는 보청기를 구매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사실 클리니션이 RX 만 작성해 주면 아무런 시간낭비 없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 고객의 파일에는 RX 가없었기 때문에 클리니션에게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다시 말해서 이럴 경우에는 미리 예약을 하고 왔어야 한다. 이렇게 왔으니 클리니션에게 양해를 구하고 진단서 써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저찌 해서 원하는 진단서를 받고 이제 그 고객은 페이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처음 등록 했던 그 고객에 이름과 서류상의 이름이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그 문서를 다시 수정해야 했다. 옛날에는 수기로 오더 폼을 작성해서 오타가 있을 경우에는 바로 수정해서 쓰면 됐지만 이제는 전자식 오더 폼을 만들어야 해서 한번 프린트하고 만약 오류를 발견되면 고쳐서 다시 프린트를 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고객이 이름이 오타가 나서 다시 수정을 하고 프린트를 했는데 다시 천천히 확인해 보더니 라스트 네임이 또 오타가 났다는 것이다. 왜 처음부터 얘기하지 않고 나중에서야 그걸 발견했는지. 꼭 그 고객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 과정을 반복해서 해야 하는 상황이 나를 미치겠다
이제 무사히 결제를 마쳤으니 피팅 예약을 해야 했다. 가능한 날짜를 고르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소비됐다. 제시한 날짜가 다 안된다는 것이다. 그럼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나는 당신이 원하는 날짜, 시간대를 마음대로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 막무가내로 찾아와서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해서 다 해 줬더니 당신이 뭐라도 되는 사람인줄 착각하는 거니? 나도 점점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No means no. 만약 당신이 수용하지 않으면 예약 못한다고 단호박처럼 말했다. 그랬더니 이제야 수긍을 하더이다. 시간 보니 벌써 30분이 지났다. 젠장. 그래도 괜찮다. 5시는 안 넘겼잖아? 적어도 해가 있을 때 퇴근했음 그걸로 됐다.
오늘의 픽:
나는 울상인데 그래도 사진 속 나는 웃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