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9. 잘 가요. Mr.D
Thursday, November 28, 2024
드디어 터질게 터졌다.
어제 오버타임에다 클로징까지 하고도 오늘 오프닝을 해야 하는 스케줄. 부디 오늘은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텐데 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후 12시에 그 Mr. D가 출근하는데, 참 궁금하기도 했다. 과연 어떤 상황이 될지. 어제 매니저와 대화 후 그냥 가버린 그. 과연 오늘은 어떤 심정으로 올 것인가. 그런 그에게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분명 Mr.D도 내가 모를 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을 거다. 그렇게 사람을 오버타임을 하게 만들었는데 ( 한편으로 감사하기도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와서 일을 하지는 않을 거란 말이시.
그렇게 매니저를 무시하고 본인 성질에 못 이겨서 가버리는데 과연 이번에도 매니저가 가만히 있을까? 정작 본인이 그렇게 버릇 들게 만들었지만 말이다. 어제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번에도 그냥 이렇게 지나간다면 Mr. D는 언제든지 똑같은 행동을 할 것이다. 속으로 제발 뭔 조치를 취해달라고 계속 외치고 있었다.
오후 12시. 드디어 Mr.D가 입장했다. 난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Hey~"라고 반겨줬지만, 내 인사를 씹었다. 매니저에게도 인사도 없이 그냥 무시하고 나름 바쁜 척을 한다. 왜 그런 거 있지? 뭔가 할 일을 찾으려고 두리번두리번거리는 거. 얼굴에는 아직도 뾰루뚱한 표정으로 남아있었다. 이 적막한 분위기를 어찌 헤야 할지. 그냥 나는 내 할 일이나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차피 Mr.D가 출근하면 바로 점심 먹으러 가려고 했기 때문에 잠시나마 이 어색한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코스트코 최고 보스인 General Manager와 Assistant General Manager가 찾아와 Mr. D를 찾았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뭔가 일어나겠구나. 우리 부서 매니저에게 증거자료들을 있는 대로 제출하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마침 Mr.D는 점심을 먹으러 간 상태였다. '아, 드디어 우리 매니저가 보고를 했구나.' 물론 나에게는 아무 말도 안 해줬지만 나는 계속 매니저 눈을 쳐다봤다. 매니저는 그렇게 계속 뚫어져라 보지 말라고 했지만 이미 눈으로 내게 말하고 있었다. ' 응, 내가 다 말했어. 이번엔 그냥 안 넘어가.'
Mr.D가 한 시간이 넘게 돌아오지 않았다. 분명 보스들과 면담을 하고 있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멀리서 걸어오는 Mr.D가 보였다. 그런데 이미 자기 짐과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부서에 놓고 간 휴대폰만 다시 챙겨서 가버렸다. 이번엔 그냥 무작정 집에 가는 모양새가 아니었다. 분명 어떤 이야기가 오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시작한 지 3시간도 채 안돼서 Mr.D는 자리를 떠났다. 무슨 이야기가 오간 걸까? 당분간 정직이 되는 건가? Mr.D는 이미 여러번 근무지 이탈해서 정직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짓을 하면 안 됐다. 그렇다면 해고인가? 매니저에 대한 하극상과 고객에 대한 불친절, 분노조절 장애가 과연 해고사유가 될까?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번주는 그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거다. 과연 매니저가 내일 이 상황을 설명해 줄까? 궁금해 미치겠다.
오늘의 픽:
배고파. 오늘도 오버타임이구나. 아침 8시 시작에서 클로징까지. 뭐라도 먹어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