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 화나면 가버리는 직원
Wednesday, November 27, 2024
어찌 하루가 다르게 이해 못 할 상황들만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못 할 상황들. 그것들이 지금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일하다가 본인 성질에 못 이겨서 그냥 가버리는 게 가능한 일인가?
우리 부서에 유일한 풀타임 직원 Mr. D. 나이는 59세인 걸로 알고 있다. 나름 이 부서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서 클리니션만큼 hearing aids에 관한 지식도 꽤 있고 원어민이라 언어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도 많이 도움을 준다. 매니저의 말동무가 될 정도로 아주 친밀한 관계도 유지하고 있는 그냥 겉보기에는 평범한 백인 아저씨다. 그런 Mr. D의 가장 큰 단점은 욱하는 성질머리다. 부서 특성상 나이 많은 노인들이 대부분의 주 고객인데 그들이 항상 친절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불친절한 고객들을 상대하면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쓱쓱 닦아버리면 그만이다. 나 같은 경우엔 이미 그런 고객들을 멤버십 부서에서 일했을 때 수도 없이 만났기 때문에 잠깐 기분만 나쁠 뿐 그걸로 끝난다. 하지만 Mr.D 는 이미 얼굴부터 뻘게지기 시작하면서 그냥 집에 가버린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실수를 하는 게 당연하다. 물론 그 실수로 인해서 일이 완잔 꼬일 수 있기 때문에 실수를 안 하는 게 맞다. 그렇지만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을 고칠 수 있는 문제라면 바로 고치면 된다. 근데 Mr. D는 누군가의 실수를 발견하면 그 분노를 아주 노골적으로 표현을 한다. 예를 들어서, hearing aids를 주문을 하거나 repair 하기 위해서 제조사로 보내야 하는 경우 컴퓨터에 서류 작업이 필요한데, 서류작업한 것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과정을 빼먹었다고 인보이스에 대문짝만 하게 낙서같이 글씨를 써놓는다. 참고로 그 인보이스는 우리만 보는 게 아니라 모든 코스트코 hearing aids center 가 액세스 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도대체 누구한테 보란 듯이 그 짓을 해 놓는지 모르겠다. 단순히 열이 받아서 그런 거다. 본인도 엄청 실수 많이 하면서 말이다. 본인 실수를 발견해도 그냥 아무말안하고 알아서 고치는데 Mr. D는 보란듯이 화를 낸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매니저를 만만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장담컨대 이런 서류를 다른 부서 매니저가 봤다면 바로 warning을 줬을 거다. 나도 참다못해 그 인보이스를 매니저에게 보여주면서 이래도 되는 거냐고 물었다. 다행인 것은 이번만큼은 그냥 넘길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다음날인 오늘, 나의 스케줄은 오후 12시부터 시작되는 건데 아침부터 매니저에게 문자가 왔다. 일찍 시작할 수 있냐고. 바로 직감했다. Mr.D 가 안 왔거나 집에 갔거나. 역시나 그는 집에 가버렸다. 왜 갔는지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분명 매니저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열받아서 간 게 뻔했다. 덕분에 또 오버타임을 하게 되었다. 나야 좋지 뭐. 근데 그 나이 먹고도 아직도 자기 성질머리 하나 컨트롤 못하면 어떡하겠다는 거지? 이건 그 Mr. D 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길들인 매니저 탓도 있다. 얼마나 매니저가 만만했으면 그런 행동을 하겠냐 말이다. 장담컨대, 다른 매니저 앞에서는 찍도 못한 인간이다. 운연찮게 그에게 다른 부서에서 트레이닝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차라리 잘된 일이다.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 다른 부서에서 좀 쉬었다가 와도 좋을 것이다. 그 빈자리는 나의 것이 될 것이니.
오늘의 픽:
이거 뭐 하자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