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5. 잠이 보약
Sunday, February 2, 2025
벤쿠버에 눈이 많이 내렸다. 사실 캐나다라고 하면 눈이 자주 내릴 것 같지만, 벤쿠버는 비교적 온화한 기후 덕분에 겨울에도 눈이 많이 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늘은 상황이 달랐다. 아침부터 창밖을 보니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고, 계속해서 내리는 눈발이 도시 전체를 마비시킬 것처럼 보였다.
나는 오늘 교회에 가야 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연락이 와서 예배가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눈 때문에 길이 미끄럽고 교통 상황이 좋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날에는 보통 출근하는 직원들도 차를 몰고 오기 힘들어서 결근이나 지각이 많아지곤 한다. 나는 오늘 쉬는 날이었지만, 혹시나 대신 출근해야 할까 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직원들이 눈 때문에 출근이 어렵다면 내가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니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모든 직원들이 무사히 출근을 했다고 한다. 덕분에 나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지낼 수 있었다.
아침에 눈 소식을 듣고 나서 유튜브를 잠깐 보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에 다시 일어나서 또 잠들었다. 이렇게 계속 자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오래 잘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신랑도 깜짝 놀랐다. 내가 이렇게 오래 잘 수 있을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몸이 피곤했던 걸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냥 계속 잠을 잤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평소 같았으면 이 시간을 활용해서 책을 읽거나 블로그 글을 썼겠지만, 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고 싶었다.
한국에서도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은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제설 작업이 잘 되어 있어서 일상이 마비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벤쿠버에서는 조금만 눈이 와도 교통이 엉망이 되고, 학교나 직장이 문을 닫기도 한다. 이번 폭설도 예외는 아니었다. 길이 미끄러워서 사고가 날 위험이 높고, 대중교통도 평소보다 지연이 심했다.
나는 벤쿠버에서 눈이 오는 게 신기하면서도 가끔은 불편하다고 느낀다. 마치 모든 것이 멈춰버리는 느낌이랄까? 물론 새하얀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고 일상이 흐트러지는 것은 반갑지 않다. 특히 오늘처럼 예상치 못한 일정 변경이 생기면 더욱 그렇다.
오늘뿐만 아니라 내일까지도 눈이 계속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모레부터는 날씨가 맑아진다고 하니, 빠르게 눈이 녹고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 같다. 날씨 예보를 보니 햇빛이 쨍쨍할 거라고 한다. 이번 눈이 마지막 폭설이길 바라면서, 내일은 조금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야겠다.
오늘 하루는 그야말로 ‘눈 속에서 보낸 하루’였다. 하루 종일 침대에서 보내며 푹 쉬었지만, 가끔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도 필요한 것 같다.
오늘의 픽:
눈 눈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