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3. 정말 쉽게 나오는 말
Monday, February 10, 2025
도시락 사건 때문에 또다시 내 입에서 이혼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안다. 무슨 이런 것 때문에 이혼까지 생각하냐고 하겠지만 실제로 이혼하는 이유는 아주 작은 트러블에서 시작하는 거다. 다들 성격차로 헤어진다고 하지? 성격차라는 건 정말 사소한 것에서부터 부딪치면서 생기는 거다.
물론, 이혼할 생각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화가 나고 그 화가 쌓이다 보니 이혼이라는 말이 쉽게 나오게 된 것이다. 난 한 번도 다툼에 원인이 돼 본 적이 없다. 원인 제공은 항상 남편이었다. 맨날 참아주다가 작년엔 도저히 못 참고 정말 이혼까지 갈 생각으로 각방을 썼다. 내가 이러는 게 장난처럼 보였는지 처음엔 심각하게 보지도 않다가 어느 순간 내가 진심이었다는 것을 알고 남편이 잘못을 구했었다. 그래서 이 집에서의 서열 1위로 등급을 하게 되었다. 그 뒤로는 절대로 나에게 화조차 못 낸다.
모든 남편들이여. 아내를 이겨먹으려 하지 말라. 이기적으로 들리겠지만 그것이 본인들 삶을 윤택하게 하는 길이다. 가정을 위한 아내라면 그 가정을 위해 노력하는 아내의 말을 들어라. 아내 말이 항상 옳다.
오늘부터 남편 도시락은 없다. 해줄 마음도 없다. 예전 같았으면 밥조차 안 차렸겠지만 이번엔 나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저녁밥정도는 해놓을 수 있겠지만 네가 배고파해도 안 할 거다. 내 남편의 약점은 밥상이다. 잘못한 게 있으면 절대로 밥을 얻어먹을 수 없다. 본인이 해 먹으면 되는데 그걸 안 한다. 그래서 나도 안 해주면 라면만 먹는다. 그러든지 말든지. 결혼 7년 차. 이제는 연민 따윈 없다. 나 살기 바쁘니까. 각자 돈 벌기 바쁘니 각자 알아서 챙겨 먹도록.
오늘의 픽:
나를 위한 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