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5. 도시락 사건 이후
Wednesday, February 12, 2025
도시락 사건 이후 집안에 아직도 찬바람이 분다. 본인 잘못을 아는지 쥐 죽은 듯이 내 눈치를 살피는 남편.
그도 그럴 것이 작년에 각서를 쓴 게 있기 때문에 아주 불안좌석일 거다. 간단하게 각서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한 번만 더 나를 무시할 경우 이혼.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내 앞에서 짜증을 안 냈다.
그러던 와중에 도시락사건이 터졌으니 얼마나 노심초사하겠는가. 아이고 꼬시다. 나도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하고 싶지 않아서 출근하는 차 안에서 마지막 경고를 했다. 이제부터는 네 도시락 안 싸줄 거고 앞으로는 네가 알아서 싸고 매일 인증샷을 보내라 했다. 행여나 귀찮아서 사 먹기라도 하면 모든 생활비 지출은 본인 혼자 감당해야 할 거라고 경고했다. 이번연도 목표가 외식 안 하기여서 무조건 집에서 요리해서 먹기로 했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남편이 fast food를 너무 자주 먹어서 쓸데없는 지출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남편 수입이 예전보다 줄었기에 이렇게라도 해야 조금이나마 돈을 더 모울 수 있다. 그걸 알기에 남편도 내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오고 있다.
오늘 남편이 인증샷을 보냈다. 집에 있는 반찬을 모아다가 조촐하게 점심도시락을 쌓더이다. 이제 나도 해방이다. 매일 아침 남편 도시락 싸느라 촉박했던 시간들. 이제 조금이나마 여유로운 아침을 시작할 수 있을 거 같다. 우리 집의 서열 1위는 이제 나다!
오늘의 픽:
인증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