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2. 화가 나서 단식 선언
Sunday, February 9, 2025
오늘 하루 종일 먹은 것은 오직 레몬수 한 잔. 의도치 않게 단식을 선언했다. 이유는 남편 때문이다.
나는 매일 정성스럽게 남편의 도시락을 싸준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싸준 도시락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시락 메뉴는 유부초밥이었는데, 하필 그날 회사에서 한 직원이 승진 기념으로 치킨 세트를 돌렸다고 한다. 남편은 도시락을 먹을 새도 없이 치킨을 배불리 먹었고, 도시락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른 채 그대로 두었다.
사실 이런 상황이면 다음 날 아침에라도 먹을 수 있지만, 남편은 친구와 갑작스러운 점심 약속이 생겼고, 저녁에는 회사 회식까지 있었다. 결국 유부초밥은 손도 대지 않은 채 남겨졌다. 나는 어제 생일 파티에서 저녁을 먹고 와서 같이 먹을 기회가 없었지만, 그래도 남편이 조금이라도 먹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도시락 통을 확인해 보니 비워져 있었다.
“도시락 잘 먹었어?” 하고 물었더니 그냥 버렸다고 한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유부초밥 재료가 얼마인데, 말도 없이 버리다니? 준비한 사람의 성의를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건가? 단순히 음식이 아까운 게 아니라, 내 정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는 게 너무 속상했다.
평소에도 남편이 차려준 음식을 가리는 걸 참고 넘겼다. 싫어하는 재료가 있으면 남기기 일쑤였고, 그걸 맞춰서 요리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아니다. 그래도 정성껏 준비한 음식인데, 먹지도 않고 그냥 버렸다니… 그걸 알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버렸어” 한 마디로 넘기는 태도가 더 화가 났다.
그래서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일요일이라 그냥 침대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배고프면 지가 알아서 먹으라고 했다. 사실 나도 요리하고 싶은 메뉴가 있었지만, 해주기 싫었다. 괘씸하니까.
솔직히 지금 엄청 배고프다. 하지만 안 먹을 거다. 남편이야 배고프면 라면이라도 끓여 먹겠지. 이제 나도 신경 안 쓸란다.
오늘의 픽:
어제 먹은 피자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