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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

EP114. 벌써 7주년

by Sonya J

Monday, March 3, 2025


결혼 7주년. 이렇게 시간이 흘렀네. 아직 7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우리 부부는 어느 오랜 노부부처럼 사랑보다는 정으로 사는 부부처럼 지내고 있다. 결혼이 마치 족쇄인 듯 서로에 의무감을 가지고 사는 것처럼 미워도 떠날 수 없는 그런 의무를 가지고 사는 듯싶다.


권태기. 권태기가 있었다면 그건 아주 잠깐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성질만 안 건들면 나는 남편을 내 몸과 같이 걱정하고 챙겨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말 남이라고 생각할 정도 무심하게 대할 수 있다. 7년 동안 남편 고집을 맞춰주며 살다가 그게 권리인 줄 알고 착각한 남편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려주니 이제는 고집의 고도 못 부릴 정도로 꿈쩍 못한다. 누가 고씨 집안 아니랄까 봐 쓸데없이 고집이 세었지. 근데 고씨는 장 씨를 못 이긴다. 내가 그 유명한 장희빈의 후손인 것을.


직장 동료에게 결혼한 지 얼마나 되었냐고 물어보니,

25년이란다. 와. 나는 완전 명함도 못 내밀 군번이었구나. 겨우 7년 되었다고 호들갑 떨고 있다니. 그 직원에게 물었다. 결혼한 지 25년 정도 되면 어떤 느낌이냐고. 그냥 룸메이트 같은 존재란다. 지금 내가 느끼는 관계는 공생관계? 서로가 아직 필요한 존재라고 해야 하나..


결혼기념이라고 특별히 준비할 건 없다. 그냥 나에게는 휴무날일뿐. 아침에 남편에게 물었다. 오늘 무슨 날인줄 아냐고. 그랬더니, 무슨 날이냐고 되묻는다.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웃으며 말한다. 결혼기념일. 그걸로 됐다. 기억했음 된 거다. 그럼 내년에 다시 만나자. 결혼기념일.


오늘의 픽:

기름 넣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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