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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가 강하다.

EP126. 난 약해.

by Sonya J

Saturday, March 15, 2025


한가로운 토요일. 나랑 잘 통하는 직원과 오늘은 함께 일하는 날. 우리 둘은 잘 맞지만 토요일만 스케줄이 같아서 이때가 수다떨기 가장 좋은 날이다.


오늘도 일주일동안 있었던 사건, 사고에 대해서 풀기 시작했다. 언제나 가십은 우리의 대화에 불을 짚인다. 우리는 지금 같은 부서에서 일하지만 그전에는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을 했는데 그 직원 소프트 라인에서 왔고 나는 멤버십부서에서 왔다. 서로의 부서의 드라마들을 풀면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러다가 왜 내가 멤버십부서를 포기하고 이 부서에 왔냐는 질문에 곰곰히 생각해봤다. 벌써 일년전 일이니 생각을 되짚어봐야했다.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원치 않은 직원과 일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 직원은 좋게 말하면 천하태평한 스타일이고 나쁘게 말하면 게으르고 느려터진 스타일이었다. 나는 절대 게으르고 느려터진 직원과는 같이 못 일한다. 힘든일은 안하려고 하고 틈만나면 화장실가고 요령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졌고 아무리 매니저에게 호소를 해도 딱히 변화가 없었다. 이게 코스트코의 가장 큰 병폐이기도 하다. 자기 발로 나가지 않는 이상은 어느누구도 해고할 수 없는 평생 직장. 그걸 알고 그러는지 그 직원은 천하태평이었다.


아무리 일을 잘하고 열심히해도 월급은 그 직원이

아마 더 받을 것이다. 연차가 높을 수록 월급을 더 받을테니까.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의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그냥 꾀부리는 모습이 나를 화나게 했다. 난 그저 열심히 내 일만 하고 싶었는데 어느순간 내 일조차 집중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차라리 내가 다른 부서로 가는게 나을듯 싶었다. 그래서 지원한 부서가 현재 일하고 있는 hearing aid center 이고 아주 만족하고 있다.


그러면서 느꼈다. 그 직원은 아마 끝까지 그 부서에 남아 있을 것이다. 강한자가 살아남는것 아니라 살아남은자가 강하다. 내 아무리 열심히 일했다고 하지만 난 버티지 못했다. 그렇게 따지면 그 직원은 정말 강한거다.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저 제 갈길 가는 태도. 그래. 네가 이겼다. 평생 그렇게 살아라.

It‘s not the strong who survive, it‘s those who survives who are strong.


오늘의 픽:

퇴근 3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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