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8. 도대체 왜?
Monday, March 17, 2025
어젯밤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이 느껴진다. 계속 배가 더부룩하다. 평소와 다르지 않게 먹었는데 왜 이러지?
매일 아침 장청소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특별한 자세가 필요하다. 쪼그려 앉아서 발꿈치를 들고 책을 읽거나 휴대폰을 보고 있으면 배에서 신호가 온다. 그전에 뭔가를 먹어줘야 장운동이 시작되기 때문에 출근하기 전에 항상 조금이라도 먹고 장을 비우고 간다. 만일 하나 회사에서 신호가 오면 안 되기 때문에 미리미리 장을 비워놓는다.
일요일은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굳이 아침부터 자세를 취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굳이 장청소를 할 필요가 없다. 알아서 신호가 오지 않으면 굳이 일부러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근데 어젯밤에 밥을 먹고 나서부터 배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어제저녁으로 먹은 건 닭볶음탕. 류수영의 레시피를 이용해서 아주 아주 맛있게 닭볶음탕을 만들어서 남편과 먹었다.
몇 시간도 지나지 않은 채 배가 아파왔다. 문제는 아프기만 하지 아무리 자세를 취해도 변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몇 시간을 끙끙 알고서야 드디어 신호가 와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간신히 일을 보고 나왔는데 또다시 배가 아파왔다. 화장실에서 나온 지 1분도 안돼서 다시 화장실로 갔다. 근데 웬걸. 변이 마치 물처럼 쏟아 나오기 시작했다. 거짓말 안 하고 그렇게 화장실을 5번 이상 왔다 갔다 거렸다. 먹은 것들이 다 물로 빠져나오는 기분이었다.
왜 나만 이렇지? 남편은 멀쩡한데? 어젯밤에 먹은 닭이 문제라면 남편도 똑같이 장염에 걸려야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나는 밤새도록 장염에 시달렸다. 솔직히 난 장염을 가끔씩 오는 걸 환영한다. 물론 건강상 적신호이긴 하지만 왠지 기분상 장속에 있는 묵은 변들이 다 빠져나온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끔 한 번씩 장염이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시적이나마 살도 빠지기도 하니까.
새벽에 남편이 핫팩을 배 위에다 올려줬다. 배를 따습게 해야 한다며. 아침에 일어나니 한결 나아진 기분이 들었다. 배도 텅텅 비워져서 배가 심히 고팠다. 또 괜히 먹다가 화장실로 직행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소화시켰다. 오늘 그래도 쉬는 날이라 푹 쉴 수 있으니 다행이다. 밥을 먹고 과자도 하나 때렸다. 별 이상이 없는 걸 보니 일시적인 장트러블이었나 보다. 내일은 정상적인 대변활동을 할 수 있기를.
오늘의 픽:
너가 문제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