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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J Dec 02. 2023

캐나다 7년 차

점점 내가 되어가는 과정


7년 차. 잃어버렸던 나의 모습을 점점 찾아가고 있다. 필자는 한국에 있었을 때 참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활발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혼자 있는 것을 못 참았던 외향형 인간이었다. 그런 내가 캐나다에 간다고 했을 때 주변 지인들은 '너는 어딜 가도 적응을 잘할 거야.'라고 말해주곤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무인도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인간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정말 독한 나였으니까.


하지만 막상 캐나다에 도착하고 자리를 잡는 동안, 그 활발한 나의 모습은 아주 깊숙한 터널 속에 숨어버렸고,  실수할 까바 하고 싶은 말도 못 하는 수줍은 내향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근본적인 원인은 당연히 영어였다. 나름 기본이 된 상태에서 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영어로 말하는 것이 너무 쑥스러웠다. '내 말을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이 문법이 맞나?, 지금 이 사람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영어로 말할 때마다 상대방의 리액션에 위축되곤 했다. 당연히 못 알아들었으면 다시 물어보는 것이 기본인데 그러면 필자는 바로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넘기곤 했다. 모르면 물어봐야 하는데 나에게 집중되는 시선이 부끄러워서, 혹시나 수업에 방해가 될까 봐 혼자 속으로 끙끙 되기도 했다. 그 당시 나의 큰 문제점은 영어 문법이 완벽하지 않으면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어서 본의 아니게 말 주변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필자가 다니던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뮤지컬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물론 캐네디언 교회이기에 대부분의 교인들은 현지인들이어서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열심히 참여했다. 아무래도 교인들이 일반인들보다는 친절하기 때문에 심적으로 많이 편했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영어로 대화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은 부족했다. 여전히 실수할까 봐 말을 아꼈다. 시간이 흐르고 공연 날이 다가왔다. 나 스스로도 많이 긴장이 되던 날이었다. 그런 나에게 같이 연습을 하던 백인 아저씨가 격려해 주면서 "be yourself. be Korean Sonya!"라고 말해주었다. 그는 나에게 잊고 있던 한국에서의 나의 모습을 다시 보게 해 줬다. 그래. 나는 이런 아이가 아닌데.. 정말 활발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인데..  다시 내 모습을 찾고 싶었다.




5년쯤 되었을 때, 왜 내가 이렇게 영어 스피킹에 자신감이 없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영어 발음이었다. 그래서 영어 발음에 관한 영상을 찾아보면서 몇 달간 공부를 했다. 그렇게 발음공부를 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리스닝 영역도 향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부족했다. 가장 큰 문제인 자신감 회복이었다. Mindset을 바꾸지 않는 한,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mindset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의 결과는 면접에서 빛을 발했다. 5년 동안 다녔던 직장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취업을 하기 위해 면접을 봤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떨지 않고 내 생각을 전했다. 중간중간에 내 영어가 미흡하니 양해를 구했는데 아주 자연스럽다고 말해 주었다. 아마 지금까지 캐나다에 살면서 그때가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아는 지인을 만나러 갔는데 그 지인의 백인 남자친구도 함께 만났다. 처음 만나는 자리라 좀 어색하긴 했어도 자연스럽게 대화도 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 백인 남자친구분이 나에게 물었다. "Your English is good, how long have you been here?" 나는 7년이라고 답했다.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물론 나의 영어가 완벽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예전에 나의 모습이었던 그 활발하고 재밌었던 모습으로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이거였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모습이다. 이제 점점 인생이 즐거워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100% 나를 찾았냐고. 물론 아니다. 아무리 내가 캐나다에 살고 있고 캐나다 시민권자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나를 이방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고 그런 시선들이 가끔 나를 위축시킬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더 정신을 차릴 것이다. 그들이 나를 깔보지 못하게 더 노력할 거고 나를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것이 앞으로 나를 점점 나답게 만들어 나갈 원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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