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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J Nov 30. 2023

취업스토리:Costco 취업

밴쿠버 생존 일기

5년 동안 다녔던 Dollarama를 벅차고 나왔다. 달라라마는 나에겐 정말 특별한 곳이었다. 캐나다에 와서 처음으로 일하게 된 캐네디언 회사이기도 하고, 물론 처음엔 코리안 마트에서 5개월 정도 일은 했지만, 캐나다 문화를 직,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좋은 수단이었기 때문에 나의 캐나다 이민은 달라라마와 함께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내 삶이 무기력해지는 것을 느꼈고,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 지쳐가는 걸 느꼈다. 나에게 변화가 필요한 시기란 걸 깨달았다. 어떤 계기로 인해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면접을 보기 위해 이력서를 뿌렸다. 물론 될 거라는 희망보다는 일단 시도라고 해보자라는 마음이 컸기에 기대는 하지 않았다.


사실 내가 달라라마에 취업할 수 있었던 건 같이 교회를 다니던 중국계 캐나다인 친구의 레퍼런스 덕분에 면접 없이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그게 나에겐 독이 되었다. 왜냐면 캐나다 와서 면접이란 걸 해본 적이 없어서 막상 서류가 붙더라고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가지 못한 채 그냥 희망만 가지고 도전하게 된 것이다. 만약 붙으면 좋은 거고 떨어지면 계속 달라라마를 다니면 되니까 말이다. 


처음에 한국기업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에 본사를 둔 캐나다 지사인데 사무직이기에 별다른 스킬도 필요 없다고 판단했기에 지원했다. 또 영어면접을 안 해도 되니까 심적인 부담감도 덜할 것 같았다. 하지만 전화면접에서 떨어졌다.

어이없음. 그리고 좌절감이 몰려옴.  한국기업도 안 뽑는데  과연 캐나다기업이 날 뽑겠나?


A blessing in disguise.

처음 그 한국기업에 지원했을 때  위치를 보기 위해 구글지도를 살펴보다가 그 근처에 코스트코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내가 자주 가는 코스트코가 따로 있어서 그 지역엔 코스트코가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거기다가 이 코스트코는 스카이트레인으로 갈 수 있는 곳이라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코스트코는 온라인접수이기에 처음에 지원했을 때는 항상 가는 곳을 지원했었지만 그곳에서 연락이 오지 않아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 한국기업 덕분에 그 코스트코를 다시 지원하게 되었는데 바로 다음날에 연락을 받았다. 일하고 있는 중에는 전화를 잘 안 봤는데 발신자에 코스트코가 뜨는 순간 바로 받았던 기억이 난다. 면접 날짜가 잡혔다.


자.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면접준비다. 다행히도 코스트코에 지원한 다음에 바로 면접 영상들을 찾아보고 미리 준비한 덕분에 그리 당황하지는 않았다. 물론 영어면접을 처음이라 연습은 해야 했다.


하루동안 예상질문들 연습하고 면접을 보러 갔다. 물론 예상질문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기에 자신은 없었지만 어차피 떨어져도 나에게는 백업이 있으니까 배 째라 심정으로.


면접은 총 30분 넘게 두 명의 면접관(지금의 매니저와 슈퍼바이저)과 진행되었다. 10가지 넘는 질문을 했던 거 같은데 사실 하나도 기억 안 난다. 그냥 내 머릿속엔 빨리 이 자리에서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모든 질문들이 일과 관련된 질문이고 내 경험을 위주 말 할 수 있었던 것들이라 막힘없이 바로바로 답했던 것은 기억난다. 면접관들이 편안하게 분위기를 조성해 준 것도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느꼈다. 됐구나!


근데 최종면접이 또 있었다. 이 면접에서 통과하면 바로 윗 상사와 파이널 면접을 또 하게 된다. 이건 또 먼가 싶었지만 말 그대로 확인사살 면접 같은 거다. 


최종면접은 면접이라기보다는 스몰 토크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할까. 그전 면접에 대한 평가를 설명해 주고 다들 좋게 봤다는 등 피드백을 주는 정도에 대화였다.  마지막에 질문이 있냐는 말에 나는 이 질문은 꼭 해보고 싶었다.

" Are you gonna hire me?"

어디선가 본 건 있어가지고... 꼭 확인을 받아야 맘이 편했기에.

그리고 제너럴 매니저는 웃으면서 말했다. " YES."


8개월 후,

I got a promotion!!

프로모션이라고 하면 프로모션이라고 할 수 있겠지? 언밀히 말하자면, 일하게 되는 Department를 옮기게 된 거지만..


 최근에 Membership Clerk를 찾는 잡 공고가 떠서 지원을 했는데 당당하게 뽑혔다. 이제 2주 후면 Front End 가 아니라 Membership에서 일하게 된다. 이 포지션은 $1을 더 받는다. 플러스, 매년 Costco는 연차에 따라 급여가 오르기에 곧 1년이 다 되어가는 나로서는 총 2불을 더 받는 꼴이 된다.  


전에 다녔던 직장에 비하면 정말 후하다고 할 수 있다. 


Front End는 Cashier와 Cashier assistant로 구성이 되어있다. 여기서 캐시어가 1불을 더 받는다. 나는 Assistant로 일하고 있는 중이다. 말 그대로 캐시어를 도와주는 역할이지만 온갖 잡일을 다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종종 Assistant가 Cashier 일을 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 Job Transfer를 해서 $1을 더 받을 수 있다.  Cashier의 주 업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을 하고 Assistant는 메인은 스캔된 물건을 카트에 차곡차곡 담아주면 된다. 종 종 상품에 이상이 있거나 고객들의 변심으로 인해 상품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아야 할 때가 있는데 그 일도  Assistant 가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Front End에서 일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육체적으로 힘은 들지만 그다지 머리를 써가면서 일하지 않아도 되니까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영어를 그리 잘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내가 결정적으로 Front End를 떠나고 싶었던 사건이 하나 발생했었다. 


스토어가 문을 닫으면 Front End staff는 모든 카트를 제자리로 수거해와야 한다. 여러 명이 하는 것이기에 힘들긴 해도 할 만은 하다. 카트를 담당하는 스태프들이 있기는 해도 현저히 적은 인원이기에 assist. 들이 도와준다. 문제는 날씨다. 비 오고 눈 오는 날에는 정말 하기 싫은 일 중에 하나고, 실제로 일 시작한 지 3일밖에 되지 않은 백인인 직원은 이게 하기 싫어서 그만두기도 했다. (역시 백인들은 하찮은 일을 안 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름 나도 신입이기에 그 모든 잡일은 언제나 내 일이기도 했다. 


어느 날, 쉬는 날에 전화가 왔다. 일 해줄 수 있냐고. 와이 낫? 흔쾌히 승낙을 하고 도착했는데 나의 업무가 all day buggy(카트)였다. 카트 직원 중 하나가 안 나와서 내가 커버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건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버기를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이 많은 걸 나 혼자 하루 종일 하라는 건지, 그것도 비 오는 날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분명 따졌을 것이다. 물론 나도 따지는 것이 맞는 상황이고. 근데.. 그냥 나는 하루종일 비를 맞으면서 카트를 수거했다. 정말 열이 받았고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것에 화가 났다. 


근데 이 소식이 나도 모르게 직원들 사이에 조금씩 퍼지게 되었고 어느새 나를 옹호해 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정말 우연히 직원회의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내가 겪었던 일을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나름 하소연을 했다. 물론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Unfair 한 상황을 알려야 하는 게 맞기에 그렇게 했다. 


며칠 안 가서 직원게시판에 job postion 공고가 떴다. 바로 Membership clerk. 사실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부서기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Front End를 너무 떠나고 싶어서 바로 지원했다. 


Membership부서는 sign-up과 refund를 담당하는 곳이고 front end staff에 비해 적은 인원의 직원들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마치 오피스에 일하는 느낌을 준다. 사실 엄청나게 복잡한 일들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기에 육체적보다는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점은 스토어가 문을 닫으면 그 부서도 같이 퇴근할 수 있다는 것과 복장에도 제한이 없기 때문에 꾸미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I am absolutely thrilled to start my new position! I can't wait to get started and see where it takes me. Starting a new position is always a bit nerve-wracking, but I am looking forward to learning new things and taking on new challenges. I am eager to dive in and start making a difference.





여기까지가 내가 코스트코 취업 스토리이다.

단순히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 취업한 것이 아니라 삶에 변화를 주고 싶어서, 무기력해지는 나에게 긴장감을 주고 싶어서 도전했고, 그곳이 코스트코라서 나는 정말 나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낀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많지만 너무 즐겁다. 그리고 나는 계속 도전할 거다. 인생의 무기력함을 느껴질 때마다. 언제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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