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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J Dec 05. 2023

Christmas party

Costco 크리스마스 파티 2023


12월의 시작은 정말 특별했다. 직원 대부분이 크리스마스 파티에 들뜬 기분이었다. 작년에 처음으로 코스트코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가했었다. 그땐 완전 신입이라 아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즐기지 못한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파티에 참가했던 이유는 캐나다 사람들은 어떻게 파티를 할까 궁금해서였다. 물론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나의 기준점은 언제나 코스트코니까. 그 당시 억울하게도 일 끝나고 바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 제대로 꾸미지도 못하고 그냥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었었는데 웬걸, 모두들 상상이상으로 드레스업을 하고 와서 완전 쭈꾸리가 된 기분이었다.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꾸미지도 못하고, 즐기도 못한 그런 파티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 파티가 별거 없어서 이번년에도 가지 않으려 했다.



Things changed...


부서를 옮긴 뒤, 조금씩 조금씩 소셜 인맥들이 늘어나고 영어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올해도 여김 없이 크리스마스 파티 공고가 올라왔다. 여기저기서 파티에 갈냐고 물어오기 시작했고 티켓을 사지 않았던 나는 고민했다. 작년에 별로였던 파티가 과연 올해도 재미있을 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쯤 같은 부서의 직원이 자기는 못 간다면서 본의 티켓을 나에게 주겠다고 한 것이다. 공짜 티켓이 생겼는데 안 갈 이유는 없었다. 근데 나중에 티켓을 양도할 수 없다고 해서 본의 아니게 티켓을 사야 했다. 이미 간다고 말한 상황이라 다시 취소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일 년에 한 번 있는 행사인데 그깟 티켓, 그냥 사지 뭐.


파티날짜가 다가오면서 서로들 어떻게 드레스를 입을 거냐는 둥 뒤풀이를 가자는 둥 벌써부터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캐나다 온 이후로 드레스 업을 한 적이 없던 나에게는 조금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작년처럼은 되기 싫어서 최대한 꾸미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D - day


원래 내 스케줄은 오후반이었는데 그전에 매니저에게 오전반으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파티를 즐기고 싶어서 여유 있게 준비하고 싶었다. 일이 끝나고 바로 집에 와서 드레스 업을 하고 메이컵도 하고 파티장에 갔다.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을 빌려서 그날 하루동안은 코스트코 인들을 위한 시간이었다.

역시나 다들 못 알아볼 정도로 꾸미고 왔더이다. 이렇게 나이스하고 뷰티풀 한 직원들을 이제야 볼 수 있다니.

서로들 사진을 찍느라 바쁜 모습들이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마치 오랜만에 본 사람들처럼 서로 안고 웃고 그저 신난 모습들이었다.

준비된 뷔페에서 음식을 원하는 만큼 먹고 매지먼트들이 준비한 이벤트도 즐기고 라이브 밴드와 함께 댄스타임도 갔고 술을 못 마시는데도 bar에서 술도 주문해 보고 그냥 내게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즐겼던 것 같다.

공식적인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나고 삼삼오오 모여서 뒤풀이를 가게 되었다.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은 것 같다. 흥의 흐름을 깨지 않기 위해 바로 옆에 있는 pub에 가서 못다 한 흥파티를 더 즐겼다. 보통 주말에 pub은 클럽이 돼버린다. 굳이 술을 사 먹지 않아도 춤만 추러 가도 된다. 그래서 주말에 펍에 가려면 줄을 서서 들어야 하는데 다행히 우리 일행은 줄 서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Next day


밤새도록 놀았던 직원들을 다음날 마주하는 시간. 다들 멀쩡하게 출근했을 까?

몇몇은 call in을 하고 몇몇은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하고 있었다. 나 또한 최대한 노멀 한 모습으로 출근하고 싶어서 평상시처럼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개인적으로 이런 순간을 좋아한다. 파티 간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그 눈빛. 서로의 지난 과거를 다 알고 있다는 식의 미소. 우리들끼리만 아는 비밀들. 이런 제스처 하나하나가 서로의 존재감을 있게 해 준다. 각자 찍은 사진들을 교환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그동안에 안 보이던 어색함의 벽이 허물어지는 시간.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파티에 갔다. 그래야 다음에 어디서 만나든 어색하지 않게 되니까.


영어의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오고 나도 사람들에게 웃으며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이 장벽이 무너지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숨어있던 내 속의 진짜 모습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잘 노는데. 그거 몰랐지? 올해 크리스마스 파티는 아마 잊지 못할 듯싶다. 지금 이 순간도 내 휴대폰에 있는 사진들이 세상 밖에 나오고 싶어 꿈틀거린다. Merry Costco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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