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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J Feb 08. 2024

Inventory day

Costco 재고 조사

6개월에 한 번씩 코스트코에서 재고조사를 실시하는데 올해 2월이 그날이다. 전에 다녔던 직장에서의 재고조사 할 때는 스토어가 1년에 한 번씩 싹 다 정리되는 느낌이라 할까, 다행히 그땐 코스트코에 비해 규모가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재고조사가 금방 끝났던 것 같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사정이 다르다. 그 넓은 창고형 건물전체를 싹 다 세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 벌써부터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재작년 처음으로 재고조사에 참여했었는데 그 당시 clothing 파트에 배정받아서 옷을 셌었다. 옷 세는 거야 그리 어렵지는 않으나 문제는 사이즈별로 체크해야 해서 손이 많이 갔던 기억이 난다. 포스트잇 노트와 연필 하나가 재고조사날 주어지는 도구다. 카운팅이 끝나면 해당 아이템 번호와 함께 갯수를 적어주고 해당 label에 붙여 놓으면 슈퍼바이저들이 따로 준비된 종이에  다시 옮겨 적는다.  


보통 직원들이 꺼리는 파트는 hardline이다. 전자제품이나 생활용품 섹션인데, 처음에 큼직큼직해서 세기 편할 줄 알았는데 듣자 하니, 무거운 제품들이라 의외로 카운팅 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재고조사가 실시되기 전주부터 bulletin board에 누가 어느 파트에서 카운팅을 도울지를 정해서 공고해 주는데 올해 나는 hardline에 배정이 되어있었다. 그쪽 파트는 처음이라 어떨지 예상할 수는 없었으나 언제나 그랬듯이, 카운팅이 카운팅이지 뭐 별거 있겠어하는 마음이었다. 다행히 친한 동료 몇몇과 같은 부서로 배정받아서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거라 여겼다.


재고 조사 당일. 변경사항이 생겼다. 원래대로라면 카운팅을 했어야 했는데 카운팅대신에 key in으로 옮겨졌다. 갯수가 적인 sheet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작업이다. 우리 부서 매니저가 그 일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1명이 더 필요해서 나를 뽑아 간 것이다. 유휴~ 사무실에서 가만히 앉아 카운팅이 끝난 aisle의 제품들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준비된 간식들을 먹으면서 시간을 때우면 됐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보다 시간이 잘 안 간다는 것.

직접 카운팅을 할 때는 몸이 움직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체감상 시간이 빨리 지나갔었는데 사무실에 앉아서 듬성듬성 들어오는 종이를 기다리는 것이 여간 지루한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초콜릿을 너무 많이 먹어서 질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4시간이 지나고 clock_out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동료들도 하나둘씩 모습을 보였다. 다들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궁금했었나 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직원들이 힘든 일은 다하고 매니저급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앉아서 결과물을 기다리는 일이 재고조사인듯하다. 물론 이번에 나도 그 혜택을 보긴 했지만 그들 사이에서 몸은 편했으나 마음은 불편했으니까.


2월의 재고조사가 끝났다. 6개월 후에 다시 보자고. 그땐 나도 다른 풀타임 직원들처럼 재고조사팀에서 제외대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재고조사하는 날에는 시간을 더 받기 때문에 싫어도 해야 하는 내 신세다. 어쩌겠는가. 내가 힘을 가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그게 언제가 될지 몰라서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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