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스트레스
최근 들어 일 끝나고 집에 올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열심히 일하고 후회 없이 일하고 최선을 다해서 남부럽지 않게 일하려고 노력하지만 내 열정과 결과물은 언제나 동일하지 않다.
멤버십 서비스에서 일하는 나의 주 업무는 멤버십 사인업(sign-up)과 상품에 대한 반품 및 환불 업무를 하는 것이다. 참고로 코스트코의 총 수입원 중 가장 비율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품목이 바로 멤버십이다. 그렇게 때문에 사인업 업무는 제너럴 매니저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다.
멤버십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골드스타와 이그제큐티브(블랙카드)로 나뉘는데 스토어입장에서 프리미엄인 이그제큐티브를 해야 마진이 남는다고 하니 사인업을 할 때 어떡하든 고객들이 프리미엄을 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도 하나의 업무이다.
물론 골드를 하던 이그제큐티브를 하던 내가 받는 월급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나는 그냥 내 할 일을 할 뿐이다. 그런데 그게 내 기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문제다. 골드스타만 사인업을 한 날엔 그날 하루를 망친 기분이 든다. 왠지 모르게 내가 회사에 피해를 끼친 것처럼. 심지어 나 말고 다른 직원이 더 많은 사인업을 할 때는 질투심마저 들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 부서는 다른 부서와는 다르게 월말평가가 있다. 누가 얼마나 많은 사인업을 했는지 특히 누가 이그제큐티브를 많이 했는지 등등. 결과가 좋건 나쁜 건 간에 회사 다니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래서 어떤 직원은 사인업 자체를 안 하려고 한다. 꽤 힘 빠지는 업무 중에 하나이기에 굳이 안 하려고 하는데 나는 하루에 꼭 하나라도 해야, 그것도 블랙카드를 해야 맘이 편하다.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나 자신’에 대한 스트레스다. 잘하는 것은 없지만 꾸준함으로 인정받아온 나다. 그런데 그 꾸준함이 결과와 비례하지 않을 때 내 삶의 질이 떨어짐을 느낀다.
내가 멤버십 부서를 좋아하는 이유는 외국인과 일대일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준비한 멘트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나만의 프레젠테이션 타임인 것이다. 처음엔 수줍었으나 하면 할수록 영어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땐 아무런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처럼 즐기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