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12. 불쌍한 남편
Monday, June 9, 2025
마지막 휴가날. 나의 휴가를 'workoutcation'이라 정의하고 싶다. Workout + Vacation의 합성어로 휴가기간 동안 운동만 했기 때문에 가장 잘 표현한 단어인 거 같다. 계획에 없던 휴가여서 어찌 보낼까 생각하다가 휴무 때마다 걷기 운동을 하러 산책길을 가던 것을 좀 더 확장해 보자는 취지 해서 운동계획을 짰다. 더군다나 요즘 식탐이 계속 생겨서 이것저것 먹었더니 살도 쪘으니 이참에 제대로운동을 하기로 한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1시간 이상 유튜브 필라테스 영상을 보면서 운동을 하고 오후에 산책을 가거나 gym에 가서 운동을 하는 루틴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스케줄이다. 식단 조절도 하면서 나름 2 킬로그램 감량을 목표로 일주일 동안 혼신을 다했는데 최종 1 킬로그램밖에 빠지지 않았다. 거짓말 안 하고 먹는 양을 정말 최대한 줄이고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짰는데 몸무게가 변화가 없다는 것이 놀랍다. 이것이 오히려 운동하려는 사기를 꺾어버렸다. 눈바디로 체크해도 그다지 근육이 붙지 않은 듯하다. 나이 탓을 해야 하나, 아님 운동의 강도의 문제인가.
이렇게 하루 종일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나와 반대로, 남편은 저번주에 수술한 부위가 아직 회복이 덜 되어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다. 움직일 때마다 찌릿찌릿한 통증으로 얼굴을 찌푸리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남편의 하루 일과는 아침에 내가 운동을 끝날 때까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하고 운동이 끝나면 내가 차려준 밥을 먹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난다. 밥을 먹은 뒤 거실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본다. 그러다가 잠이 든다. 나는 그동안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이것저것 나 나름의 개인적인 일을 한다. 점심때쯤에 잠이 깬 남편은 다시 밥을 먹으러 일어난다. 밥을 먹은 뒤 다시 소파에 누워 티브이를 본다. 그렇게 저녁때까지 누워있다가 저녁밥을 먹으러 일어난다. 결국 밥을 먹는 시간 빼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환자처럼 침대나 소파에 누워있는 것이다. 제대로 움직일 수 없으니 당연할 수밖에.
일주일정도면 다 회복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회복기간이 더 필요한 듯하다. 당연히 그러겠지. 제왕절개도 회복기간이 2달 정도 걸린다는데 하물며 남자 급소를 수술을 했는데 그게 상처 아물듯이 빨리 낫겠는가. 가만히 누워서 먹기만 하는대도 살이 빠지고 있다. 그 부분은 상당히 부럽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것 같다. 가만히 누워만 있는 것이 얼마나 지루하고 답답한 일인지를. 그런 남편이 가엾다. 남편도 다음 주면 출근해야 하는데 그때까지 조금이라도 회복이 되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살이 안 빠지면 어떠하랴. 매일 하고 싶은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데. 사람은 역시 비교군이 있어야 감사할 줄 아는가 보다. 움직일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오늘의 픽: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