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임
확실히 연말이라 평소보다도 모임 횟수가 늘었다. 저번주 코스트코 크리스마스 파티에 이어 몇 명 같이 일하는 직원끼리 모여서 작은 연말 모임을 가졌다. 파티라고 하기엔 조금 소소해서 파티 대신에 모임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이번에 모인 멤버들은 조금 나에게 특별한 사람들이다. 작년에 처음 코스트코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알게 된 동료들인데 시작한 시기도 비슷하고 서로 추구하는 가치관들이 잘 맞아서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동료 중에 한 명이 회사 근처에 살고 있어서 가끔 그 친구의 집에서 모임을 가지곤 한다. 서로 다들 알기 시작한 때라 각자의 삶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면서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기 시작했고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가끔 다른 장소로 옮겨서 모임을 갖기도 하고 6명이 다 모일 수 없을 때는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카페나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도 했다. 모임의 주체자는 본의 아니게 나였다. 다들 모이고 싶어 하는 눈치지만 선뜻 나서지 않길래 먼저 제안했더니 너도 나도 좋다며 참석하더이다. MBTI를 따지는 타입은 아니지만 INFJ로서 아싸 중에 인싸인건 맞는 것 같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자, 나는 뭔가 특별한 모임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Secret Santa였다. 마니또 같은 것인데 각자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렌덤으로 뽑아서 선물을 주는 것이다. 대신 부담 주지 않게 $20불 넘지 않는 선에서 준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 드레스 코드는 레드 or 그린.
Childish 하지만 모두들 즐기는 분위기였다.
모임 당일. 모두들 하나둘씩 동료 집에 도착을 했고 각자 준비한 선물을 fireplace에 모아 놨다. 참으로 감사했다. 그래도 별거 아닌 놀이인데 다들 신경 써서 준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파티를 집에서 하면 캐나다에서는 초대받은 사람들 조금씩 함께 먹을 음식을 가지고 오는 potluck 문화가 있다. 그래서 파티를 주체자도 부담스럽지 않게 준비할 수가 있고 서로 가지고 온 음식을 즐기면서 스몰토크를 나눈다. 우리 같은 경우는 일이 끝나고 바로 모이는 것이라 따로 음식을 준비할 수없기에 근처 식당에 미리 주문을 해서 픽업을 주로 한다. 필자는 호불호가 거의 없는 양념치킨을 픽업해서 가지고 갔다. 다른 동료들은 각자의 음식과 디저트를 준비해서 가지고 왔다.
나에게 있어서 모임의 꽃은 사진이다. 언제나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편집까지 다 해서 마치 파티의 피날레를 장식하듯 마지막까지 동료들에게 좋은 여운을 남겨준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또한 좋은 선물되어 준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secret santa였다. 서로 각자 뽑은 사람에게 선물을 주었다. 과연 선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필자는 이날 감동을 두배로 받았다. 왜냐면 필자를 뽑은 동료가 내가 정말 갖고 싶은 것을 선물해 줬는데 정말 스쳐 지나가듯이 말했던 것을 놓치지 않고 준비해 줬다는 것에 더 큰 감동을 받았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개인적인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적을 수 있는 joural book이 있었음 했다. 근데 그 동료가 항상 들고 다니는 노트가 있는데 어디서 샀나고 물어보니 자기 딸이 다니는 회사에서 나눠준 거라 해서 혹시 하나 남는 거 있음 나도 하나 달라고 했었다. 그 말을 했을 때가 아직 모임을 계획하기 전이라서 나 조차도 잊고 있었던 기억 중에 하나였다. 막상 내 돈 주고 사기엔 아까워서 그냥 집에 남아도는 아무 노트에다 끄적끄적할 때가 많았는데 이렇게 선물로 받으니까 감동도 두배로 다가온 것이다. 이날을 계기로 약간 소원해진 관계가 이다시 회복된 것 같아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각자 선물들을 나눠주고 디저트까지 먹고 마무리를 지었다.
저번주 코스트코 크리스마스 파티때와는 다른 차분하고 건전한(?) 분위기의 모임이었다. 둘 중에 어느 것을 더 선호하냐고 물으신다면, 후자라 하겠다. 둘 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모임 속에서 자라는 관계가 내 삶에선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또 다른 크리스마스 모임이 더 남아있다. 같은 부서 사람들끼리의 모임인데 과연 이 모임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2023년도 마지막 모임이 될 듯싶다.
동영상을 남겨놓는다. 그날의 여운을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