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r job.
연말이 가진 힘. 한 해가 끝나가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이겠지? 벌써 3번째 연말 모임이다. 이번엔 같은 부서직원들의 모임. Membership 부서 직원들만의 모임이었다. 코스트코에는 여러 개의 부서가 있지만 다른 부서에 비해 내가 속한 부서는 직원 수가 20명 정도 된다. 그래서 가능했던 모임일지도 모른다. 많은 부원수를 가진 부서들이 한 번에 모이기란 힘들고 심지어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고 한 번에 모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우리 부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이었기에 이번 모임이 성사된 것이다.
모임에 참가한 인원
Pretty(manager), Chelsi(sup), Salman(sup), Phong, Yvonne, Marissa, Aleksander, Simon, Alejandro, Sarah, Sanjay, 그리고, Sonya(나).
모임장소
Cactus Club Cafe
전부 모인 모임은 아니었지만 거의 매일 같이 보는 직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개인적으로 그냥 밥 먹는 자리보다는 흥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의 모임을 더 좋아한다. 경험상 이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주변 사람들끼리만 수다를 떠는 경향이 있기에 모임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을 추진한 매니저의 진심 어린 메시지가 이번 모임의 의미를 더 빛나게 했다. 여태까지 만난 팀원들 중에서 이번 팀이 가장 팀워크가 좋았다며 너무나 고마워했다. 코스트코는 internal job opening을 하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부서에서 구인공고가 뜨면 어느 부서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부서에 오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일을 하는 직원들도 많다. 그래서 매니저가 이번에 만난 팀원들이 가장 호흡이 잘 맞는다고 한 것이다.
'미꾸라지 하나가 웅덩이를 흐린다.'라는 속담처럼 이 부서에는 요주의 인물들이 있다. 처음 멤버십 부서로 옮기면서 그들의 드라마 속에 희생양이 될 뻔한 적이 있었다. 첫날,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A직원이 친절히 도와주면서 나의 환심을 샀다. 별다른 의심 없이 A의 도움을 받으면서 일을 배워가는데 조금씩 B직원의 흉을 보기 시작했다. 그냥 장난으로 그런 가부다 하고 살짝 미소를 지며 흘러들었는데 자꾸 나를 가스라이팅을 시키는 것이었다. 눈치 빠른 나로서 A직원의 의도를 파악했고 휘말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A는 마치 내가 그 B직원의 희생양이 된 마냥 나를 옹호했고 갑자기 나를 매니저에게 데리고 갔다. 아무 영문도 모르 채 그냥 따라갔는데 매니저가 다가오자, A는 나에게 그 B직원이 너에게 한 짓을 다 말하라는 것이었다. 그 한 '짓'이란 것은 본인이 직접 나에게 말해준 것들이었지, 내가 당한 것이 아니었다. 그 A직원은 나를 이용해서 B라는 직원을 내쫓고 싶어 했던 것이다. 사실 이 둘 사이는 오래전부터 안 좋았고 서로 흉을 보고 내쫓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이였다. 물론 나에게 일어난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우연찮게 이번 모임에서 이 둘은 오지 않았다. 매니저가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 상상이 갔다. 이 사건 이후 매니저가 나에게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just do your job." 이 말을 남겨주었다.
그렇다. 함께 일한다는 건 제 몫을 성실히 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 와중에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들이 꼭 있는데 결국엔 다 보인다. 이번연도는 정말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함께 일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어 내 일을 해 나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