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 Christmas
올해 크리스마스의 hightlight는 Turkey구이라 하겠다. 원래대로라면 크리스마스이브날 칠면조구이를 해서 남편과 단란하게 이브날을 보내는 거였는데 같이 일하는 지인이 집으로 초대를 해줘서 칠면조구이 계획은 크리스마스 아침으로 미뤄졌다. 역시나 여기서도 칠면조요리를 준비했더이다. 보통 칠면조요리는 Thanksgiving day에 하지만 코스트코 직원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매년 코스트코에서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Turkey를 직원들에게 나눠주는데 그 시기가 Thanksgiving day가 지나서 이기에 보통은 크리스마스 때 칠면조요리를 하게 된다. 언제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공짜로 받는다는 게 중요한 거지.
사실 한국인들에겐 turkey보다 chicken이 더 익숙하기에 처음 turkey를 받았을 때 이걸 어떻게 요리해야 하나 하는 걱정부터 앞섰다. 통닭구이도 한번 안 해본 내가 칠면조를 어떻게 구워야 하는지... 유튜브 레시피를 찾아봐도 오븐구이만 나올 뿐 따로 칠면조를 활용한 레시피는 찾기 어려웠다. 칠면조구이를 하기 위해서 따로 사야 하는 재료나 조리기구들을 준비해야만 했었다. 칠면조 크기는 보통 치킨의 2배이기 때문에 설사 칠면조구이를 하더라도 두 명이서 먹기에는 너무 양이 많아서 괜히 음식 낭비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앞섰다. 아는 지인들 중에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주려고 이리저리 연락을 해 보았지만 그쪽도 나와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서양인들에게나 익숙한 칠면조구이라 동양인들에게는 여전히 버거운 모양이었나 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작년에 처음으로 칠면조구이를 도전해 보기로 했다. 유튜브를 보면서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고 레시피대로 무려 4시간 동안 오븐구이를 해야 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으나 레시피만큼 크리시피하게 나오지 않아서 약간 실망은 했었다. 아무래도 처음 시도한 거라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도전이었다.
올해도 변함없이 냉동 칠면조를 받았다. 작년에 제대로 오븐구이를 하지 못했기에 이번엔 안 받으려 했으나
돈 주고 사면 몇십 불하는 재료이기에 이번에도 모험에 동참하기로 했다. 작년의 시행착오를 발판 삼아서 이번엔 원하는 색깔의 구이가 되기 위해서 만발의 준비를 했다. 골든 램지의 칠면조구이 레시피를 보면서 저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진한 브라운 색의 구이가 되는 팁들을 받아 적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크리스마스 아침날, 일어나자마자 칠면조를 깨끗이 씻기고 버터에 시즈닝을 한 다음 칠면조 스킨 위아래로 버터를 칠한 뒤 미리 예열한 오븐에 4시간 동안 구웠다. 30분마다 bastering을 해주면서 칠면조 겉이 마르지 않도록 해주고 그 위에 삼겹살을 올려서 같이 구워주면 위의 사진처럼 아주 먹음직스럽게 구워진다. 아침에 시작해서 점심시간 때쯤에 터키를 먹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날 혼자 있게 한 남편에게 대한 미안한 마음에 크리스마스 식사만큼은 푸짐하게 해주고 싶었다.
칠면조구이의 최대 단점은 뒤처리라 하겠다. 구이를 하는 동안 칠면조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은 엄청나다. 집에 오븐 트레이가 베이킹 트레이밖에 없어서 아슬아슬하게 흘러나오는 기름을 받아낼 수 있었지만 만약 그 기름이 넘쳤다면 오븐을 닦는데 더 시간을 투자해야 했을 것이다. 여기저기 흘린 기름을 닦는 게 보통 일은 아니기에 칠면조구이가 망설여지는 이유중에 하나다.
필요한 부위만 carving 해서 먹고 나머지는 미리 발라나야 나중에 먹기가 편하다. 그 과정도 만만치는 않다. 뜨거울 때 발라야 잘 되기 때문에 뜨거움을 참아가면서 아낌없이 뜯어냈다. 나머지부위들은 나중에 치킨 대용으로 쓰일 것이다.
한국에선 크리스마스에 첫눈 챌린지를 하는 동안, 캐나다에서 나는 낮임에도 불구하고 어둑 컴컴한 크리스마스날에 하루종일 켜놓은 크리스마스 라이트와 음악과 함께 Turkey 챌린지를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