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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J Dec 28. 2023

성추행

나에게도 이런 일이.


2022년 4월 1일, 만우절 같은 일이 나에게 벌어졌다. 그 당시 필자는 Dollarama (우리나라의 다이소 같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아침 스케줄이라 가게 안에는 그 다지 손님들이 많지 않았다. 물건들을 선반에 진열하기 위해서 종종 사다리를 이용하는데 그날도 변함없이 사다리 위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마침 매니저가 내가 일하는 aisle에 찾아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우리 둘은 대화를 하고 있었고 뒤에서 누가 다가오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순간, "짜아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둘은 1초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 남자는 사다리 위에 있었던 나에게 다가와 내 엉덩이를 때리고 서서히 출입구 쪽으로 걸어 나갔다. 이게 뭔가 했다. 기분이 나쁘고 자시고 할 틈도 없이 그 남자는 그대로 사라졌다. 


사실 그 당시 속으로 '뭐 저런 미친놈이 다 있어?'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했다. 이 또한 성추행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한국에서 일어나는 온갖 성추행 사건들을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해서일까? 엉덩이를 만지고 도망간 정도를 그냥 얘들 장난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매니저가 다시 나에게 찾아와 괜찮냐고 물었다. 사실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 그랬더니 빌딩 security를 불려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나도 점점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잠시 후 security가 나를 찾아와 자초지종을 물었다. 다행히 건물 안에 CCTV가 있기에 확인할 수 있도록 인상착의를 설명해 주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기에 어떤 옷을 입었으며 생김새가 어떤지를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기억나는 대로 진술했다. 몇 시간이 지났을 까? 그 security가 경찰까지 데리고 와서는 다시 진술을 부탁했다. 생애 처음으로 캐나디안 경찰과 독대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내가 캐나다에서 일하면 가장 걱정했던 부분 중에 하나가 소방관이나 경찰관에게 신고하는 상황이었다. 왜 그런 느낌 아는가? 죄짓지도 않았는데 괜히 떨리는 그 느낌. 


다행히 나에게는 목격자가 있었고 CCTV도 있기 때문에 진술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캐나다에는 대마초를 피우거나 마약 하는 홈리스들이 정말 많다. 분명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가 저지른 범죄일 것이다. 내가 너무 무딘 걸까?  난 이 일이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경찰이 도착했을 땐 이미 몇 시간이 지난 후이고 범인은 진작에 도망가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알고 보니, 그날 그 사건이 같은 일대에서 나를 포함해서 3번째 접수된 사건이었다. 비슷한 시간대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신고가 접수되다 보니 경찰 쪽에서도 심상치 않은 사건임을 느낀 것이다.

  

경찰서 홈페이지에 공고가 뜬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날 내가 3번째 희생자였다.



두 달이 지났을 때쯤, 그 범인이 잡혔다는 뉴스가 나왔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잡힐 놈들은 잡히게 되어있다. 알고 보니, 이 범인은 상습범이었고 성추행뿐만 아니라 강도질까지 하고 다녔던 모양이다. 범인을 수색하는 중간중간에 피해자들에게 상담전화를 통해서 심리 상담까지 제공해 주고, 재판이 있을 때마다 진행상황들을 보고해주기도 했다. 


마냥 없을 것 같았던 범죄들이 점점 캐나다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총기 사용이 금지된 캐나다지만 요즘 들어 총기사건들도 종종 일어나고 마약은 어디서나 문제를 일으키고 홈리스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고 나서 올해 1월, 이메일을 받았는데 그 범인의 최종 재판이 있는 날인데 법원 출석을 원하면 출석해도 된다고 했다. 호기심에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피해자 신분으로 가는 것이기에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아서 거절했다. 성추행으로 3년형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이었으면... 벌금형 정돈가?


올해의 이메일을 정리하면서 발견한 이 사건의 결말은 이렇게 잘 마무리가 되었다. 나에게도 별 일이 다 생기는 그런 한해였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사건이었다. 그러니 모두들 엉덩이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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