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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J Dec 19. 2023

운전을 다시 결심하다

자유로워지고 싶은 내 영혼에게

2008년도에 한국에서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사회생활 초년생 때 운전 면허증을 따라는 직장 상사의 성화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딴 기억이 난다. 그 당시 필자는 차가 없었기 때문에 운전면허증이 있어도 운전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니 운전면허증을 딴 이후로 자연스럽게 장롱면허가 돼버렸다. 아무 의미 없는 면허증임에도 재갱신은 꼬박꼬박 해 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캐나다에 오게 되고 여권대신에 들고 다닐 신분증이 필요했다. 비자로 머물 때라 신분증이 필요할 때마다 여권을 들고 다녔었는데 혹시나 잃어버릴까 봐 조마조마 한 날이 많았었다. 다행히 한국 면허증을 캐나다 면허증으로 변환시킬 수 있어서 굳이 캐나다에서 면허시험을 보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캐나다 운전면허증을 소지할 수 있게 되었다. 캐나다 면허시험은 한국과 다르게 장기간에 걸쳐서 보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연습할 기회도 없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 자동 변환이 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그렇게 운전하기 위해 소지하는 운전면허증을 일반 신분증으로만 사용하면서 생활했다.


2019년도쯤, 운전을 다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딴 이후로 한 번도 운전을 한 적 없는 나는 초보운전자나 마찬가지였기에 개인 운전학원 강사에게 연락해서 일주일 동안 운전연수를 받았다. 그 이후 신랑의 도움을 받으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운전을 연습했다. 아시다시피, 운전실력이 늘기 위해서는 매일 운전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개인 차가 없기 때문에 신랑이 쉬는 날에만 운전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운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언제나 나를 사로잡았고 매일 다니는 길 외에는 다른 곳은 갈 염두도 나지 않았다. 몇 개월간 일주일에 한 번씩 연습한들 실력은 늘지 않았다. 처음에 이런 두려움이 아직 영어가 미숙해서인 줄 알았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영어로 다 설명해야 하는 상황일 텐데 그렇지 못하면 옹팡 다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 두려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운전을 할 때마다 부정적인 생각들, 안 좋은 상황들을 상상하면서 타다 보니 도저히 운전대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럴수록 나 자신이 더 쪼그라들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운전대를 놓게 되었다. 나는 아직 안되는구나, 어차피 신랑이 운전해 주니까 그냥 편하게 타고 다니자, 아직은 운전의 필요성을 못 느끼니까 그냥 이대로 있자..


이 모든 것은 다 핑계다. 영어 때문이라고? 그럼 캐나다에서 운전하는 사람들은 다 영어를 잘하니? 아니다. 학교 다니면 알게 된 중국인 아주머니가 있는데 객관적으로 영어를 잘 못하지만 학교 올 때마다 SUV를 폼나게 운전하면서 왔었다. 나이 많은 노인분들이나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운전은 잘 만하고 다닌다. 그런데 나는 사지가 멀쩡하고 어느 정도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는데 아직도 운전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이건 핑계일 뿐이다.


회사에서 알게 된 필리핀 동료인 56세 정도 되는 분인데 최근에 운전면허증을 땄다고 드라이브를 시켜주었다. 필리핀에 있을 때 운전했던 경력은 있었지만 캐나다에 오면서 남편이 운전을 하기에 본인은 운전면허증이 굳이 필요 없어서 안 따고 있다가 작년에 남편이 세상을 떠나게 되자, 이제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꼭 운전을 시작하기를 권장했다. 또한 아는 지인 언니에게 운전을 배우고 싶은데 잘 안된다는 나의 고민을 들어주자 나에게 말하길, 자기도 새가슴이라 운전을 못했었는데 운전을 시작한 후부터 정말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남편이 운전해주지 않으면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가지 못한다. 어떻게든 갈 수는 있겠지만 편하게 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남편이 가지 않으면 그냥 포기한다. 최근에 신랑이 한국에 잠깐 며칠 동안 갈 일이 있어서 공항에 비행기를 타러 아침 일찍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운전해 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버젓이 차가 있으나 공항에다 차를 놓고 올 수도 없기에 하는 수 없이 우버를 불러서 공항에 간 적이 있다. 만약 내가 운전만 할 수 있었다면 굳이 생돈 나갈 일도 없고 신랑 오는 날에 미리 픽업도 갈 수 있었을 테고, 더군다나 며칠 동안은 혼자서 운전하면서 출근도 하고 놀러도 가고 했을 텐데 그러지를 못했다. 너무나 내가 한심스러웠다. 도움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컸다.


캐나다에 살면서 더 나아진 삶을 살기를 원했다. 잘 살고 못살고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서 못해봤던 것들을 여기서는 꼭 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중에 하나가 운전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운전하는 것이 별거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생각만으로도 심장을 떨게 하는 일이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트라우마라도 있는 것처럼.

사실 고민이다. 그럼 운전을 언제 시작하지? 캐나다에 겨울은 비가 많이 오고 낮도 짧기 때문에 운전을 배우기에는 초보에게 엄청난 장애물인데.. 그렇다고 봄까지 기다리기엔 또 너무 오래 걸리고. 한 가지 분명한 건 내년의 비전보드에 운전하기를 넣었기 때문에 난 반드시 실행할 것이다. 나를 누군가로부터 자유롭게 해 줄, 나에게 자유를 선물해 줄 큰 비전이기에 반드시 결코 실행해야하는 목표이다.


그런데 나 뭐부터 시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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