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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J Feb 21. 2024

그들만의 생일파티

캐나다 사람들은 어떻게 생일 파티를 할까? 미드에서 나오는 하우스파티처럼 할까? 아님 한국처럼 몇몇 씩 모인 지인끼리 생일케이크와 함께 조촐하게 할까? 언제나 궁금했었다.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생일파티를 하는지.

작년에 처음으로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았는데 사실 엄청 실망했었다. 처음으로 직장동료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아서 선물도 사고 나름 캐나디안들은 어떻게 놀까 하는 기대감으로 갔는데 그냥 본인 음식값은 본인이 내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색하게 앉아있다 온 기억이 있다. 심지어 선물 사 온 사람은 나 혼자밖에 없었다. 내가 상상한 생일파티는 적어도 케이크와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주고 선물도 주면서 축하해 주는 분위기를 상상했었는데 그냥 모여서 술 마실 사람은 마시고 수다 떨 사람은 떠들고 밥값은 각자 내고. 전체적으로 괜히 갔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던 생일파티였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또 다른 직장 동료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았다. 이번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친했던 동료이기에 가기로 결정했다. 과연 이 친구의 파티는 어떤 식으로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방식은 똑같았다. 잠깐 왔다가 얼굴만 비치고 가기도 하고  밥만 먹고 바로 가는  사람들도 있고 각자 먹은 음식은 각자 내, 선물도 사 온 사람들도 있고, 물론 이번에 나는 사지 않았다. 어차피 음식값으로 돈이 나갈걸 알기 때문에 굳이 선물까지 사고 싶지는 않았다.


이들에게서 생일파티는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평소에는 모일 계기가 없으니 이런 특별한 날을 핑계로 한 번씩 gathering을 하는 것 같다. 지루한 일상에서 한 번씩 모여서 회포를 푸는 그런 자리. 생일에 초대받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아무나 와서 조인할 수 있는 그런 자리. 그런 사실을 알았기에 이번에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오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다.

내가 상상한 미드에서 나오는 하우스파티 같은 그런 분위기를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생일파티가 필요했다.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좋은 수단이기에. 그리고 나도 이제는 누군가가 생일파티를 하기를 원한다. 그 시간이 유일하게 우리가 맘 편히 놀 수 있는 시간이까. 이제는 익숙해지련다. 그들만의 파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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