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남들이 바라보는 것
‘성공’이라는 것에 기준이 있을까요? 우리는 왜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성공’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 발버둥 칠까요. 저는 성공이라는 것은 누가 정해놓은 것이고, 누굴 위한 것이고,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지금 모두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부와 명예일 것입니다. 모두가 그것들에 도달하기 위해 일찍부터 애를 쓰지요.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연습하고, 수없이 반복해도 모자란 것이 요즘 사회이니까요. 냉정하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꿈이라는 것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고, 혹여나 꿈을 꾸더라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현실을 직시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사는 사람이 어딨어? 다 조건에 맞춰 살아가는 거지.’ 틀린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와닿아서 화가 날 뿐.
그렇다면 부와 명예가 성공이라는 것은 누가 정해놓은 것일까요. 좋은 학교, 좋은 직업, 좋은 가정을 꾸리기 위해 우리가 밤을 새우고 머리카락을 부여잡을 때 ‘내가 왜 이렇게 해야 되지?’라는 질문을 단 한 번이라도 던져 본 적 있나요?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미 부정적인 분류를 해오고 있던 것입니다. 고소득 직업과 그렇지 않은 것, 상위권 대학과 그렇지 않은 곳 등 ‘사회적 지위의 양극화’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죠. 멀리 보면 그것들은 다 부질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들을 선망하고, 이루기 위해 갈망하고, 또 좌절하고, 그것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굴어요. ‘성공’, 투명하지만 두껍게 씌워져 있는 사회적 틀 속에 갇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불만이 많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괜한 트집을 잡는 것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당신은 지금 이 사회 체제가 과연 옳다고 생각을 하나요? 밤 11시가 되어서야 집에 오고, 또 숙제를 하고, 숙면은 4시간밖에 취하지 못한 채 학교를 가는 학생의 삶을 본 적이 있으면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마 다 알고 있을 것에요. 현재 한국 사회의 학생들이 어떤 어른이 되기 위해 밤낮을 나누지 않고 공부를 하는지.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이고,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성적도 바라고, 행복도 바래요. 하루 종일 학원을 다녀와 숙제에 치여 사는 학생들에게 밝은 사람이 되어라고 말합니다. 모순적이고 씁쓸하죠. 저는 공부라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것이 아닙니다. 분명 자신이 원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을 거에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쉼’이라는 것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성적도 바라고 행복도 바라는 부모님의 욕심일 뿐이고, ‘다 너를 위해서’라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못 할 뿐이고, 결국 그의 자존감을 갉아먹을 뿐입니다.
저는 유년시절 학원이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가보지도 않습니다. 초등학생이던 시절에는 그저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노는 게 전부였어요. ‘그 시절 나의 성공’은 친구들과 안 다치고 즐겁게 노는 것, 친구들에게 맛있는 간식을 쏘는 것, 그리고 가족들과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곧 저의 성공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초등학생들에게 자신만의 성공이 무엇이냐 질문하면 학교 시험에서 100점 받는 것, 학원 선생님께 칭찬받는 것, 그리고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라고 말하더라구요. 이들도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는 목표는 같지만 그 과정이 무척 달라요. 부모님은 나의 행복한 모습을 볼 때 행복하실 거라고 믿었는데, 요즘은 아닌가 하는 회의감도 들고, 왠지 나의 유년시절을 성찰하게 되고, 학업에 너무 무심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고등학생이 된 지금 ‘내가 놀이터에 있을 시간에 학원을 다녔다면 지금 더 편했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제점이라고는 없습니다. 저는 정말 행복했고, 그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통해 그 시절의 모든 성공을 이루었고, 그 덕분에 지금도 행복한 걸요.
성공은 자존감입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자존감이 높아야 성공을 하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데 어떻게 높은 자리에 올라가나?’ 하는 질문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성공을 ‘한다’라는 것, 왜일까? 성공은 해야 하는 것일까? 성공은 인생의 의무가 아닌데. 이를 우리 삶의 숙제처럼 여기면 안 되는 것입니다. 성공을 부와 명예라는 틀 안에 갇혀두면 우리는 영영 꺼낼 수 없어요. 나를 사랑하는 힘은, 나를 행복으로 이끌어줘요. 부와 명예의 궁극적인 목표도 결국 행복인 것이죠. 부와 명예가 전부라는 이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손에 쥐어진다면, 그 자체로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간과하고 그것들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것입니다. 그게 옳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달려가는 그 길이 너무 아프고, 고되고, 또 슬퍼 보여요. 적어도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성공은 과정의 결실입니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해냈을 때, 그 마지막 결과를 그냥 성공이라고 일컫는 것일 뿐입니다. 성공이라는 것을 정해두고 그를 향해 쫓아가는 것이 아닌, 내가 나아가는 길의 그 마지막이 성공인 것이죠. 비탈길이든, 비단길이든 내가 가는 그 길의 도착지가 바로 성공입니다. 그래서 기준도 없는 것이다. ‘이쯤이면 되겠지?’ 하는 그 순간이 나에게 성공일 수도 있고, ‘아 아직 좀 부족해…’하면 조금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내가 바꾸고 가꾸어 나가는 것입니다. 그 과정이 인생이고, 인생의 한 부분이고, 행복이니까.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것이 성공이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10년 만에 이룬 내 집 마련이 성공이고, 우리 엄마에게는 ‘나’라는 존재가 성공입니다. 남들이 맞춰 놓은 성공이라는 그 두 글자에 자신의 인생을 걸 필요가 없어요. ‘꼭 커서 성공해.’라는 말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말을 건네는 사람들의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성공에 한 발 한 발 다가가면 되는 거에요. 남들이 인정해줘야 한다는 그 강박관념에 자신을 가둘 필요가 없어요. 성공이라는 것, 얼마나 대단한 것이길래 우리를 이렇게 옥죄는 것일까요.
‘성공? 그거 별거 아니다.’ 이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한심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제 인생을 잠시 떨어져서 먼발치에서 바라보면 ‘난 참 성공한 인생이다.’ 싶습니다. 맛있는 밥, 따뜻한 집, 나를 믿어주는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나. 이렇게 제 인생은 풍족한데 무엇을 더 채우고 싶어 행복을 점점 지워가는지 모르겠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곧 꿈이고 성공입니다. 당신이 행복하면 그걸로도 성공한 것입니다. 성공을 높고 큰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정말 행복할 때 그 순간, ‘난 성공한 사람이네.’ 하면 그것이 당신에게 진정한 성공인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