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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작가 Oct 31. 2022

[Chapter.4]’철’이 뭐예요?

-단단하고 무거운 거

 어릴 적, 제가 어질러 놓았던 장난감을 치우며 동시에 저를 정말 잘 챙겨주던 사촌언니에게 어른들이 하셨던 말씀. 'ㅇㅇ이는 벌써 철이 들었네~.' 그땐 '철'이라는 게 무엇인지 참 궁금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알던 철은 단단하고 차가운 쇳덩어리밖에 없었고, 언니가 도대체 그 쇳덩어리를 왜 들고 어떻게 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죠.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른들이 그때 말씀하셨던 철이 쇳덩어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조금 더 어른다워지는 것?, 감정표현이 풍부해지는 것?, 혹은 감정을 숨길 줄 아는 것? 아직도 '철'이 무엇인지 정의하기엔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학생'이라는 시간의 마지막을 달리면서 느끼다 보니 어릴 때 제가 받아들였던 '철'의 정의, 즉 무거운 쇳덩어리가 결코 잘못된 생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진중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에게 '철'이 들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며 '철이 든다'라는 것은 무거운 쇳덩어리가 되어가는 과정, 혹은 무거운 쇳덩어리를 들 힘이 키워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철드는 거, 그거 나이만 먹으면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쇳덩어리의 무게가 가면 갈수록 무거워지고, 모양도 이상해집니다. 어린 나이에 철이 들었다는 것은 감히 칭찬할 만합니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어요. '철 좀 들어라!' 하면서도, '너무 어릴 때부터 철이 들면 안 돼.'라고도 해요. 특히 우리가 철을 들었다 놓을 일말의 힘도 없을 때, 철들라고 했다가 들지 말라고 했다가. 하지만 우리가 갑자기 무거운 쇳덩어리를 들려고 하면 허리를 다치듯이, 갑자기 너무 어린 나이에 철들려고 하는 것도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철이 들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아직 덜 성장했거나, 어떤 부분이 모자라거나 그런 것이 절대 아닙니다. 내가 아직 철이 없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내가 아직 아주 무거운 쇳덩어리를 들 만한 힘을 기르지 못했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우리, 조급해하지 말아요. 아직은 조금 해맑아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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