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수 잘못 찾으셨어요.

by 이프로

“내가 내는 세금으로 말이야 ~~!!”

요즘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네요.


취객 간의 시비가 붙어서인지, 혹은 가게에 행패를 부려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취객과 경찰관의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경찰관은 정확한 조사를 위해 자초지종을 들어보려 하면서 원만한 해결을 위해 힘썼으나, 그게 본인을 향한 훈계로 느꼈는지 "내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 받는 주제에!"라는 말을 하며 죄 없는 경찰관에게까지 행패를 부리며 입에 담지 못할 욕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


맞습니다. 공무원의 월급은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나옵니다. 그렇다고 국민의 노예도 아니며, 막대할 사람도 아니죠.


반대로 생각해 보죠.


직장인들의 월급은 사장님으로부터 나옵니다.

내가 일하는 사장이 월급 준다는 이유로 나를 그렇게 막 대하나요? 막대하면 본인은 가만히 있을까요?

괜히 번지수 잘못 짚어, 왜 애꿎은 경찰관에 상처를 입힐까요?!



어느 겨울, 제주공항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악천후로 인해 비행기 지연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공항엔 육지로 되돌아가려는 승객들로 붐볐고 저마다 캐리어에 기념품 보따리 하나 이상씩은 들고 있어 더 붐볐습니다.


대기할 공간이 없어 앉을만한 곳만 있으면 털썩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들...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몇 시간이고 공항에 대기하는 사람들…


각 게이트 별로 승무원에게 짜증에 짜증, 소리를 치며 컴플레인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승객 당사자들은 각자 사정이 있어 얼마나 답답하고 짜증 나고 속상할까요?. 시간이 돈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셔틀 시간을 못 맞출 수도 있을 거고요. 설상가상으로 휴대폰 배터리마저 꺼져 연락 수단마저 없어진 사람도 있을 거고요.


하지만 여기서도, 컴플레인하는 사람은 번지수를 잘못 찾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답답하고 속상한 사람은 승무원 아닐까요?


수십 명의 컴플레인을 반복해서 듣고 또 들어야 하는 사람.

심지어 이 모든 책임을 고객들로부터 전가당해지는 사람.

비행기 지연이 되면 지연이 된 시간만큼 그들의 퇴근 시간마저 늦어지는 사람.

어렵사리 이 상황이 잘 해결되어도 가시 박힌 말들을 한 동안 간직할 수밖에 없는 사람.


승무원이 무슨 힘이 있어 비행기를 뜨게 할까요. 칵핏에 있는 기장조차도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 말이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 모든 학생들을 마음으로 가르치며 수업에 최선을 다하는 건 기본이고 오히려 하나라도 더 관심 갖고 최선 다하려고 하는 선생님들이 있죠.


시험 성적이 잘 안 나왔다는 이유로 컴플레인 물론, 가르치는 사람의 역량과 자질까지 평가하고 의심하는 학부모가 있습니다.


시험 성적이 잘 안 나온 게, 가르치는 선생님의 잘못일까요?


이 외에도 잘 확인해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고객센터 직원, 은행 창구 직원, 매표소 직원에게 항의부터 하며 애꿎은 사람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사람...



이 글을 읽는 소수의 누군가 만이라도 번지수를 잘못 찾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 처해진 경험이 있었다면, 나중엔 꼭 번지수를 잘못 찾은 사람 때문에 크게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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