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가 AI에 미쳐서 벌어진 일

by 박세연

트렌드를 따라가려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성형 AI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사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는 이 첨단 기술이 하등 쓸모없다. 외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고 내부망만 사용하게 되어 있는 시스템에서는 사용할 필요도, 사용할 방법도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나는 새로운 AI 기술에 흠뻑 반해서 스마트폰으로나마 열심히 ChatGPT와 대화하고 이러저러한 AI 관련 뉴스를 찾아봤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내가 “호기심 천국”이기도 하지만, 외롭고도 한가한 주변 환경 덕분이기도 하다.


대외적으로 공공연하게 밝혔듯이 나는 현재 팀 내에서 왕따 신세다. 기존 팀원들의 텃세에 열 받아서 사내 괴롭힘으로 내부 고발했다가, 오히려 부적응자 낙인까지 얻어버린 탓이다. 괜찮은 회사인지 알았는데 내부는 암 덩어리가 많다는 것이, 참 씁쓸했다. 혹시라도 괜찮은 회사와 상사 믿고 사내 괴롭힘으로 내부 고발할 생각할 사람은 부디 참아주길 바란다. 사실은 그 회사와 상사가 별로이며 나처럼 고립될 확률이 더 높다. 그래도 고발하겠다면 멘탈이 보통 탄탄해야 하는 게 아니다. 나는 왕따 주동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꿈을 꾸고도 조금도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외려 현실에서 그런 상상을 자주 하는 내가 실제로도 그런 행동을 할까 무서워서 정신과 상담을 생각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주변인에게 상담을 여러 번 받고 심신이 안정되었다.

힘든 시간 중에 당장 퇴사하려다가 6개월 만의 퇴사는 이제 지양하자 싶어서 눌러앉았다. 인간 같지 않은 것들을 무시하고 멘탈만 잘 붙잡고 있으면, 그럭저럭 일도 재미있고 전에 비해 적게 일하면서 급여도 따박따박 받으니 좋았다. 비록 내 편은 되어 주지 않지만 내 강의 실력은 믿어주는 팀장님에게 다른 강의도 더 달라고 해 봤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하고 나는 외롭고 한가한 시간 속에서 스트레스로 고통받았다.


그즈음, 시선을 돌릴 뭐라도 찾자 싶어서 국비 지원되는 학원을 찾았다. 여러 과정 중에서 그동안 배우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던 영상 편집 기술을 선택했다. 새로운 것에 정신을 쏟으니 매일 매 순간 받던 스트레스가 차차 옅어졌다. 툭 치면 눈물부터 나오던 내가 이제는 웃으면서 영상 편집으로 나온 결과물을 주변에 알리게 되었다.


학원 선생님이 AI와 접목해서 좀 더 쉽고 빠르게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 전엔 생성형 AI라는 것이 특정 직업군을 위한 도구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알려준 ChatGPT는 보다 대중적이고 친밀한 도구였다. 그 외에도 몇몇 AI 툴을 배웠는데 낯설기는 했지만 아주 다른 세상의 것은 아니었다. 나는 거의 컴맹에 가까운 사람이다. 하지만 배우고 이해하는 것이 빠른 편이기에 금방 새로운 세상에 빠졌다. 놀랍고 신기하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내가 미처 다른 것을 더 배우기 전에 학원 수업이 모두 끝났기 때문이다. 나 홀로 하루하루가 새로운 세상에 던져지니 막막했다. 강제성이 없으니 배움은 제자리를 맴돌았고, 다시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쪽으로 추가 기울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우연히, 정말 다행스러운 ‘우연히’로, 당근 앱에서도 ‘모임’이 운영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제 막 개설한 ChatGPT와 AI를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에 가입했다. 한동안은 가입만 한 상태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모임에 가입한 사실조차 잊을 즈음, 오프라인 정모를 한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러고 그 운명의 날에 나는 활기를 되찾았다.

ChatGPT와 AI활용 강의 자료

나와 같은 것을 사용하고, 비슷하지만 다른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든 발전하려는 사람들과의 교류는 왕따 이전의 나를 되살렸다. 이래서 결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노는 물이 형성되는구나, 새삼 깨달았다. 그 후 3개월 동안 나는 정말 AI에 미친 것처럼 살았다. 눈 떠서 감을 때까지, 업무나 강의 등으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나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어 놓지 않았다. 꿈에서도 어떻게 하면 AI 활용을 잘 해 볼까 궁리하다 깨곤 했다.


때론 토의식으로, 때론 토론식으로 스터디를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ChatGPT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다양한 시도를 해 보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블로그 포스팅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콘텐츠가 없어서 거의 죽어 있던 계정을 살려서 최적화 따위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굴렸다. 주제는 항상 ChatGPT와 생성형 AI 활용이었다. CS와 접목해서 다른 AI와 접목해서, 또는 나이별로 어떻게 AI 리터러시를 할 것인가를 많이 생각하고 공부했다. 목표했던 애드포스트와 애드센스 승인을 받고는 뛸 듯이 기뻤다. 수익이 나지 않아서 곧 시들해졌지만.


또 다른 시도는 유튜브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늘 생각만 하고 시도를 못 했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화면의 내 모습이 예쁘지 않아서 좌절했다. 그런데 AI 기술이 나를 살렸다. 자동 영상 생성 기술은 나도 유튜버가 될 수 있게 해 주었다. 물론, 곧 벽에 부딪혀서 지금은 조금 헤매고 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AI 아바타를 활용한 숏츠는 지금도 강의에서 사용하고 있으니, 조만간 다시 열심히 달릴 수 있을 것이다. 한번 해 본 일이라고 시작하는 것은 두렵지 않다. 다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비용을 아끼면서 퀄리티를 낼 방법만 해결되면 될 일이다.

https://youtube.com/shorts/HW3OEMnq0jY?si=e39HM5lGTTLhZOmB

출처 : 유튜브ch - 강사로운 / @gang-sa-rowoon

숏츠를 강의에 사용한다는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어느 순간, 나는 초보 딱지를 떼었다고 여겼다. 그리고 스터디 모임의 모임장에게 초보를 위한 강의를 맡고 싶다고 말했다. 모임장도 스터디에 강의 형식을 넣어 볼까 하던 때라 쉽게 결정이 났다. 오랜만에 신나는 강의를 하다 보니 평도 좋았다.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여러 시도를 해 보았다. ‘소모임’ 앱에서 클래스 강좌를 열 수 있는 나만의 모임을 개설했고, ‘숨고’에서는 고수로 등록했다. 지인의 소개로 ‘온라인 강의를 위한’ 개인 교습도 맡았다. 강의료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다. 일단 강의를 할 수 있는 것이 좋았고, 강의 후 평가도 좋으니 신나고 행복했다.


이 흐름을 타고 회사에서도 강의 후 최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팀장을 포함한 팀 내 1등을 했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나는 팀 이동을 핑계로 모든 강의에서 밀려났다. 게다가 개발자가 할 법한 “온라인 교육 수강이 가능한 홈페이지” 개설 업무를 떠안았다. 아무리 솔루션 회사의 템플릿에 새로운 옷만 입히는 작업이라도 코딩을 읽을 줄 모른다면 시작부터 난관이었으리라. 내 만렙의 경험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가끔 있는데, 이번 일이 그랬다. 나는 간단한 코딩 작업과 디자인 작업 모두 가능했기에 협업해야 하는 디자이너, 업체 담당자, 후에 합류한 퍼블리셔와의 대화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그들과 협업하더라도 최종 점검과 후작업은 모두 내 몫이었다. 그래서 일하는 내내 뭐 하는 짓인가, 자괴감이 들었고, 심심할 때마다 극심한 우울감이 몰려오곤 했다. 결론은, 정말 짜증 나게도, 나는 이 일 모두를 잘했다. 오픈 일에 아무 사고도 없었고 모든 일이 내가 예상한 대로 잘 흘렀다. 약간의 불편을 호소하는 사용자가 있었으나 나와 홈페이지의 문제는 아니었다.

ChatGPT와 AI활용 강의 자료



멘탈 강화의 목적으로 보자면, 홈페이지 개설 작업을 하면서 극심한 우울감과 자괴감에 시달렸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AI로 코딩하는 법을 배운다거나, AI의 도움으로 코딩 없이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 것이다. 특히 노코딩 프로그램은 ChatGPT 활용 강의 시 종종 써먹고는 하니까, 스트레스와 맞바꾼 소소한 소득이 되겠다. 아, 또 하나, 소소한 이득이 있다면, 회사에서 대놓고 개인 노트북을 사용할 핑계가 생겼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팀 눈에 띄면 안 되지만, 팀 내에서는 개설한 홈페이지를 모니터링한다는 훌륭한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대놓고 개인적인 볼일도 볼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볼 수 있어야, 대 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겠지. 이렇게 스스로 위안 삼으며, 오늘도 퇴근하자마자 AI 스터디 모임으로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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