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워크숍을 강행하다니...

우리가 그렇게 친했었나? 더 이상 친해질 필요는 없는데..

by 정훈보

팀에서는 2022년부터 워크숍을 기획하여 지금까지도 워크숍을 1년에 1번 많으면 2번 간다. 2022년 첫 워크숍은 제부도를 스타트로 이번에는 제주도로 워크숍을 간다. 혹자는 회사에서 제주도로 워크숍을 간다고 하면 다들 부러워하지만, 제주도를 가기 위해서는 중간직급의 디테일한 조율 및 물밑작업이 바탕이 되어야 워크숍을 갈 수 있다. 답정너 임원들이 좋아할 만한 준비는 필수이며 MZ세대들의 의사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워크숍에는 여러 가지 수(數)가 존재한다.

또한 워크숍은 나 같은 경우 감정소모도 상당하다. 가족끼리 여행해서 힘들면 조금은 쉬어가자고 하면 되나 회사 워크숍은 그럴 수 없다. 때문에 기성세대와 MZ들의 균형 잡힌 장소섭외가 중요하다. 워크숍은 외식이면 조금 다행인데 장보고 숙소에서 밥을 해 먹는 건 업무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외식을 할 때는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 섭외는 물론, 메뉴가 너무 올드하지 않아야 하며 닭을 안 드시는 전무님 취향은 필수 고려사항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가 본게임이다. 이제부터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저녁 반주를 하고 술을 마셔서 피곤한 가운데 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적막감이 감도는 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는 은은한 미소였다면 이번에는 다소 상기된 웃음을 탑재한 채 게임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MZ들이 상사에게 술을 먹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가지지만 솔직히 MZ들의 게임선택도 시대가 변한 대비 MZ들의 행동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나는 이런 MZ들의 과한 권리주장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정신줄 놓으면 안 돼요


우리 팀은 워크숍에서 MZ들이 준비한 컨셉의상을 맞추어 주루마불게임을 많이 한다. 이번 컨셉의상은 "죄수복"이다. 나는 이런 죄수복조차 진부하고 악습이라고 생각한다. 죄수복을 입고 주사위 던져서 닿는 대로 별의별 게임을 다 한다. 게임에서 꼴찌를 하면 벌칙주를 마신다. 나는 마음 속으로 주문을 외운다.


"나는 벌칙주로 먼저 뻗으면 안 된다." "나는 이 게임에서 흐트러짐 없이 최종 생존하여야 한다."



MZ들의 주 타깃 대상은 만만한 "나"이다. 내가 벌칙으로 술 먹고 괴로워하는 모습에 MZ들은 통쾌해한다. MZ들은 팀장이 술을 마시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웃을 수 없다. 인사고과에 반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친구들보다 술도 약하고 상대적으로 반사신경과 소근육이 둔해져 게임을 잘 못한다. MZ들의 모진 공격을 받고 목구멍까지 음식물이 올라와도 나도 모르게 구토가 올라오지만, 나는 정신력으로 내 몸의 메시지를 망각한 채 꾸역꾸역 침을 삼키어 버티고 있다. 게임으로 끝이 아니다. 어르신은 자기 전에 꼭 노래방을 가신다. 나는 잠들면 안 된다는 정신무장한 상태로 MZ와 어르신의 세대차이를 느끼며 탬버린을 흔든다. 내 손이 아플 때까지 탬버린을 치다가 보니 노래는 이제 끝이 난다. 노래방을 끝으로 나는 죄수복을 입은 상태로 새벽에 가장 늦게 잔다.


아침은 언제 되니?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눈을 떠 보니 내 눈앞에는 어제 치우지 못한 잔해들이 보인다. 그런데 MZ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바다를 보러 간단다. 나는 MZ가 바다를 보러 간 사이 더 자고 싶지만 일찍 아침을 드시는 어르신의 배꼽시계에 맞추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일어나서 내 눈앞에는 저 술을 다 먹었다는 죄책감과 어제 MZ들은 먹지도 않을 음식물을 다 먹겠다고 욕심내어 놓은 흔적들이 여럿 보인다. 그걸 나는 다 치우고 나서 나는 동료 차장님과 어르신과 MZ의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어제 술을 많이 드셨다며 국물이 들어간 라면과 해장국을 드리면 좋아하신다. 워크숍의 마무리는 카페다. 나는 여행을 많이 다녔던 죄로 좋은 카페를 즉흥적으로 알아봐야 한다. 나는 강박증 비슷한 느낌으로 전망이 좋은 카페를 찾아보고 블로그도 찾아본다. 이제 워크숍이 드디어 끝난다. 내 옆에 차장과 나는 같이 차를 타고 오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 퇴사는 언제 해요?



MZ의 눈치도 봐야 하고 일관된 미소로 윗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이 워크숍은 세대 갈등을 더 부추기는 효과(?)를 얻은 채로 나는 집에 가서 마음을 추스른다. 이번 워크숍은 1박 2일이 아닌 2박 3일 일요일 밤늦게 돌아오는 비행기이다. 오늘은 글 쓰고 집에 가서 채용 사이트를 샅샅이 뒤져 봐야겠다. 외형적으로는 영업이익 흑자이어야 하고 채용평판사이트에는 팀별로도 구분이 되어 있는데 팀에서는 년 1회 회식 및 회식강요없음의 키워드 있는 곳의 일자리가 나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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