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차장님도 가고 이제 척박해진 회사생활을 해야겠네요
사업계획이 한창인 요즘 팀장님은 밑에 직원들 쪼아서 한 명 번아웃시키는 기염을 토하며 자신의 사업계획을 만들어 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내년에 회사의 수주가 없어 내년의 테마는 "마른 수건 쥐어짜기"가 사업계획의 주가 되었다. 나는 내년 사업계획을 무엇을 쓸까? 야근을 하며 고민하던 중 지난주 목요일 7시에 갑자기 동료차장님은 팀장님에게 면담을 요청하였다.
갑자기 그만둔다고 이야기했단다
동료차장님은 팀장님에게 갑자기 그만둔다고 이야기했단다. 회사는 내년에 수주가 없어 내년에 우리 팀에서 1명을 권고사직으로 내 보내야 해서, 동료차장님을 잡을 수도 없는 상황인 것만 같았다.
이번 연말 감사는 어떻게 해요?
동료 차장님이 연초에 나가면 모를까 갑자기 지금 나간다고 하면 2025년 별도 및 연결 재무제표 감사를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동료 차장님이 나에게 인수인계를 해 준다고 해도 2월이 되면 회계사님은 내가 퇴근하고 기억도 나지 않는 내용에 밤늦게까지 카톡으로 집중공격을 한다. 심지어 이 카톡방은 팀장님도 속해있다. 회계사는 "이 숫자는 이게 맞지 않나요?" 하면 나를 난감하게 한다. 팀장님은 실무를 뗀 지 오래되어 단톡방의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숫자 1이 없어질 때마다 나는 간담이 서늘하다. 나는 숫자의 내용이 너무 많아, 틀린 부분을 말해도 회계사님에게 "죄송합니다" 만을 남발할 수 없다. 나는 회계사님에게 왜 이 숫자가 맞고 틀렸는지 이유를 말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암기력이 약하다 보니 파일도 없는 상태에서 집에 가게 되면, 동료차장님은 회계사가 물어보는 답에 대해서 아는 선에서 대답을 잘해주었다.
굳이 좋은 게 있다면 팀원과 친하게 안 지내도 되어 좋긴 하다
동료 차장님이 나가면 나를 놀리는 사람은 없어져서 좋긴 하고, 또한 팀 내 골프를 안쳐도 되고 연마다 행해지는 워크숍을 안갈 것 같아서 좋기는 하다. 동료 차장님이 골프를 잘 치기 때문에 팀장님이 오후 5시가 되면 "한게임 치러 갈까?"라고 안 들어서 좋을 거 같고, 이제는 약방의 감초같은 차장님이 없으니 나머지 건조한 팀원들과의 내년 워크숍은 아마도 안갈 것이다. 반대로 안좋은 점이 더 많다. 이제 차장님의 몫을 어느 정도 해야하니, 야근 및 마음 속의 응어리는 필수가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