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회계팀 면접 후기

by 정훈보

최근에는 불경기라 그런지 내 경력에 맞춘 채용공고가 많이 올라오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금요일에는 그래도 채용사이트를 둘러보면서 어느 한 제약회사의 채용공고가 올라와서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 이력서를 채용담당자가 바로 열람하더니 통화가 되었고 회사를 왜 옮기려고 하는지, 연봉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았다.


주말 내내 설레었다.


이유는 지금 회사를 홀가분하게 털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현재회사의 불편한 요소가 해소된다고 생각하니 면접을 보러 간다는 자체가 나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건 거기서 버틸 수 있느냐?


요새 채용은 입사 후 수습기간을 3개월을 두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계약직 1년으로 두고 정규직 전환 검토를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새로운 회사에 갔을 때 두려움이 큰 편이었다. 왜냐하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 하나하나 우선 체계를 잡아놓고 그다음에 업무를 하는 스타일이 고착화되어서 타인이 보기에는 적응을 못하는 것 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직 후 수습 3개월은 나에게 고통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수습기간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고 어느 회사를 가듯 처음에 적응을 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나중에는 맡은 일 이외에도 더 많은 일을 회사에서 하고 있다. 다니던 분야가 아닌 제약회사에서 버틸 수 있는지 여부는 새로운 회사의 팀장님에게 달려있다. 보냉제 만드는 중견기업에서는 팀장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었다.


갑자기 추워진 겨울 양복을 입고 면접에 들어갔다.


서울 문정동에 일찍 도착하였으나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코트만으로는 추위를 이겨내지 못했다. 추울 때마다 은행 ATM기에 들어가서 몸을 녹였다가 다른 곳에 들어갔다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회사에 도착하였다. 팀장님 한 분하고 나이가 많은 두 분 총 세 명이서 면접을 보았다. 면접관들은 현재 하고 있는 회계처리에 대해 나에게 구체적으로 물어보았고 나는 실제로 하고 있는 회계처리를 막힘없이 대답하였다.



독학으로 회계처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접관은 전공이 다른데 어떻게 회계를 알게 되었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저는 이전회사에서 사수 없이 혼자 밤에 독학으로 공부해서 회계처리를 하고 있고, 지금 회사에서도 팀장님에게 따로 지도를 받지 않고 책 보면서 하나하나 회계처리를 하였다고 면접관에게 말씀드렸다. 제약회사에서 면접관이 이렇게 물어 본 이유는 앞으로 맡을 업무도 눈치껏 독학으로 열심히 해야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임원분은 독학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야기 하셨다.



저보다 경력이 많은 사람 밑에서 제가 회계처리 검증을 하라고요?


제약회사는 코스닥으로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계기준이 다른 IFRS 회계처리를 할 수 있는 팀원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기존 제약회사 직원의 회계경력은 20년이 넘지만 IFRS는 5년 남짓 회계처리한 내가 모든 회계처리의 검증을 해야 한다고 한다. 현재 회사는 회장님이 팔랑귀라 현재 회사에는 자금이 없는데도 성장가능성이 없는 회사에 자금을 대여해 주고 투자하여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도 못 받는 상황이며 투자를 받는회사는 돈이 바닥나서 계속 유상증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시에 회사는 엄한데서 돈 다 까먹고 내부 체질을 개선시키는 일환으로 인원감축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되고 있는 것도 현 회사에 불편한 점이 꽤 있다. 제약회사도 현회사와는 다르게 자금력이 있지만 타회사 투자가 상당히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회계 이외에도 급여도 해야 한다고요?


현재 회사도 상장한 이후에 조직개편이 없어서 회계팀과 인사팀이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면접 본 제약회사도 회계 이외에 인사팀의 급여 업무도 해야해서 현재 회사보다 더 일당백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 나는 회계 및 법인세에 대한 커리어를 더 쌓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제약회사에서는 인사팀의 영역인 급여도 담당하고 회계처리도 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제약회사의 입장은 결국 나한테 리스크 다 안으라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았다.



서울 입성하기 쉽지 않네..


지금 회사는 내년에 연봉이 동결이고, 올해는 영업적자가 100% 확실하며 옮기긴 해야 하며, 내년에도 인원감축이 확실시되고 있다. 인프라가 많은 서울에서 회사생활을 해 보고 싶었지만 인프라만 믿다가 지금 회사처럼 또 물경력이 되면 또 안 될 것 같다. 면접을 마치고 나서 탄탄대로 경력 잘 쌓는 분이 너무나도 부럽지만 나에게도 분명히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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