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약에 의지하는 삶에 대한 나의 복잡한 감정
매일 밤 자기 전에 약을 먹는다.
작은 알약 한 알,
그게 내가 평범한 하루를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누군가에겐 습관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내게는 그 하루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긴 행위였다.
약을 챙겨 먹지 못한 날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졌다.
실수했을까 봐 불안했고,
혹시라도 오늘 밤 무언가 일어나진 않을까
머릿속에 경고등이 켜지는 느낌이었다.
처음 약을 처방받았을 땐,
왠지 모르게 내가 ‘더 약해진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약 없이는 안 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자존심이 조금 상하기도 했고,
앞으로의 삶이 이 약에 종속되는 건 아닐까 겁도 났다.
누구는 감기약을 먹고 낫지만
나는 평생을 먹어야 하는 약을 손에 쥐고 있었다.
약을 꾸준히 먹는다는 건,
계속해서 내 병을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했고,
그건 때로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기도 했다.
누구와 멀리 여행을 가게 될 때면,
약통을 가장 먼저 챙기게 된다.
혹시 모르니 여분까지 챙기고,
약 먹는 시간이 가까워지면 알람도 설정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은근히 시간을 살피고, 몰래 약을 꺼내는 일이 익숙해졌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정상처럼 보이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 약이 나를 지켜주는 건지,
내가 이 약을 숨기느라 더 움츠러드는 건지
헷갈릴 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약에 의지하는 삶은 약한 삶이 아니다.
그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고,
매일을 무사히 살아내기 위한 나만의 방식이다.
나는 지금도 매일 밤
작은 알약을 손에 올리는 그 순간,
잠시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건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한 방식이라는 걸.
나는 이 약 덕분에 오늘도 평온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