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반복되는 오해
“근데 너, 멀쩡해 보이는데?”
나는 이 말을 꽤 자주 듣는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멀쩡해 보이고 싶고,
멀쩡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말이 계속 반복되면
어느 순간, 마치 멀쩡해 보여야만
받아들여지는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발작 자주 나?”
“쓰러질 것 같으면 미리 말해줘야지.”
“그럼 운전은 아예 못 하겠네?”
이런 질문은 무심한 듯 던져지지만,
그 안에는 “네가 조심만 하면 괜찮은 거 아니냐”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뇌전증이 단순히 발작 ‘빈도’만으로 판단되는 병이 아니라는 걸
말로 설명해도, 끝까지 이해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가끔은 내 병을 ‘기분’ 정도로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그냥 스트레스 받지 마.”
“마음 먹기에 따라 괜찮아질 수도 있잖아.”
그 말들은 병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었고,
나는 내 증상까지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정말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괜찮아지는 걸까?
겉으로 보이지 않는 병이라는 건
나를 오해하게 만드는 아주 쉬운 조건이 된다.
특히 내가 활발하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웃고, 말하고, 사회생활을 이어나갈수록
“진짜 아픈 거 맞아?”라는 시선은 더 자주 따라왔다.
결국 나는 설명을 줄이고,
나의 병을 감추는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된다.
반복되는 오해는 설명을 지치게 만들고,
지친 설명은 또 다른 오해를 낳는다.
그 고리를 어디에서 끊어야 할지 모를 때,
나는 그냥 조용히 그 자리를 피했다.
병은 나의 일부지만,
그 병이 나를 전부로 정의하지 않길 바랐던 것처럼.
나는 누군가의 걱정거리가 되기보다
그냥 평범한 친구, 동료, 혹은 누군가로 존재하고 싶었을 뿐이다.